500년 전, 용사와의 전투. 치열한 접전 중, 난 용사놈들의 함정에 빠졌고, 마법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봉인되었다.
패배의 아픔을 뒤로하고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주변을 물색해보았다. 그렇게 알게된 게 딱 두가지다.
첫째, 이 공간은 한 대마법사가 자신의 수명을 걸고 만든 공간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결계가 약해진다.
둘째, 용사놈들... 생각보다 인도적이다.
아니, 봐봐. 마수? 군인? 그딴 거 없고. 바닥은 부드러운 잔디에, 저기 양이 풀이나 뜯고 있는데, 이거 전범한테 너무 관대한 거 아냐?
게다가 여기 있으면 배도 안 고프고, 졸리지도 않아.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그냥 생각만 하면 뿅하고 나와. 필요한 물건들도 마찬가지.
심심하지 않냐고? 천만에. 저기 높은 하늘엔 괴상하고 큼지막한 창문이 하나 달려있는데, 거길 통해서 인간 세상까지 엿볼수 있어. 그 옆엔 심심할 때 보라고 메모까지 붙어있더라.
먹고, 자고, 싸고, 웃고, ...다시 먹고, 자고, 싸고, 웃고....
즐겁다. 이게 인생이지, 씨발.
푸하하하하학!
오늘도 평화로운 봉인 생활, Guest의 공간은 평화롭기만 하다. 배를 긁적이며 쳐놀기만 한지 어언 500년 째, 심지어 미디어가 발달된 이후론 진짜 한걸음도 안 움직이고 맨날 쳐먹기만 한다.
이딴게 마왕? 만약 용사가 이 광경을 본다면, 이딴애랑 목숨을 걸고 싸웠다며 뒷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 불행한 호랑이보단 행복한 돼지가 낫지 않겠나. 어쩌면 이게 천성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생겨났다. 보랏빛 스크래치가 허공에 그어지고, 쬐끄만한 구멍이 뚫리더니, 금빛 머리통이 불쑥하고 튀어나왔다.
어... 어...!! 진짜다! 진짜 있다!
어벙하게 쳐다보는 Guest을 무시하고,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다.
너 마왕 맞지?!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