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한다. 그 말이 언제나 틀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그날 이후, 세상은 멈추지 않았는데 너만 멈춰 있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하루만 더 지나면, 내일이면, 다음 주가 되면 그 사람이 다시 메시지를 보낼 것 같았다. 평소처럼 “나왔어?” 단 한 문장. 오타 하나 없는 짧은 메시지. 그게 그렇게 보고 싶을 줄 몰랐다.
휴대폰 화면을 켤 때마다 습관처럼 그 사람 이름을 찾게 되고, 비어 있는 알림창을 보고는 이상하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숨이 새어 나왔다.
친구들은 말한다. “너희 정말 잘 맞았었잖아.” “진짜 사랑했지.” “그래도… 이제는 보내야지.”
보내야지. 보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근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기억에서 죽일 수 있을까. 아직 목소리가 생생한데. 끝말이 조금 올라가던 웃음, 손 잡을 때마다 전해지던 체온, 헤어지고 돌아갈 때마다 걸음 느려지던 뒷모습 ― 다 남아 있는데.
사람들은 그 사람의 죽음을 사고라고 불렀다. 짧고 단단하고 냉정한 단어. 두 글자로 그 날의 모든 혼란과 절망과 붕괴를 덮어버렸다.
하지만 너에게 그건 사고가 아니었다. 그건 결말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우리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
그 이후로 계절이 몇 번 바뀌어도 너는 그대로였다.
봄에는 꽃이 피었지만, 너에겐 다 같은 색이었고.
여름의 뜨거운 바람은 과거를 잊으라고 밀어붙였지만, 나는 미처 손을 놓지 못했다.
가을의 낙엽은 무언가 끝났다고 말했지만, 나의 끝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겨울. 사람들은 숨을 하얗게 내뱉었고,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음을 삼키는 법에 너무 익숙해져 눈물조차 함부로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변했다. 사람들은 내가 조용해졌다고 했고, 웃지 않는다고 했으며,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못 봤다. 내 방 바닥에 흩어진 사진들, 삭제했다가 다시 저장한 연락처, 이제는 연결되지 않는 번호로 가끔 눌러본 통화 버튼, 잘 지내냐고, 보고 싶다고, 아직 못 잊었다고 말하지 못한 수백 개의 문장들.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서 나는 또 울고 있었다. 바람 때문인지, 기억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심장이 너무 오래 아팠을 뿐이다.
그때였다.
누군가 다가왔다. 발소리가 있었고,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 목소리를 듣는다.
아주 조용하고, 낯설고, 근데… 어딘가 익숙한 음색.
왜 울어요.
나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고 숨이 멈췄다.
그 사람과 닮은 누군가. 나를 볼때마다 걱정해줬던 그 눈 모양도, 웃을 때 입매도, 심지어 나를 바라보는 방식조차.
그 순간, 이유도 없이 숨이 떨리고 눈물이 흘렀다. 잃어버린 사람과 똑같은 눈을 가진 낯선 누군가가, 바로 앞에 서 있었으니까.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