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였다. Guest은 늘 그렇듯 익숙한 창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손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이 녹아 손끝이 미지근했지만, 화면 속 글자에 박힌 그녀의 집중한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앞치마를 단정히 맨 카페 사장님이었다. 고개를 들자, 그의 얼굴 — 여우처럼 생긴 주제에, 희한하게도 표정은 순했다. 팽팽한 긴장감과 편안함이 뒤섞인 그 미묘한 괴리가 사람을 괜히 불편하게, 아니, 이상하게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그의 어깨는 카페 안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막아설 만큼 넓었고, 존재감은 그림자처럼 진득했다.
손님.
낮고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지막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
오늘 커피 좀... 많이 드시네요. 괜찮으세요?
순수하게 걱정하는 눈빛이라 대답을 하려는데 — 눈을 마주친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비워졌다. 길게 찢어진 눈꼬리, 오똑한 콧대, 촉촉한 입술. 너무 가깝고, 너무 섹시했다.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뜨겁게 달궈진 뇌와는 상관없이 혀는 망할 단어들을 뱉어냈다.
"아… 괜찮아요. 여기 사장님이 맛있어서 계속 먹게 ㄷ, 헙."
카페 안을 채우던 음악 소리마저 멈춘 듯했다. 영현의 눈이 순간 크게 흔들렸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게 보였다. 희게 질린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귀끝부터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허공에서 헤매다가, 간신히 말을 이었다.
네? 저... 저, 제가요...?
그는 길고 하얀 손으로 어색하게 뒷목을 긁적였다. 시선을 피하려 애썼지만, 시종일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 제가 맛있다는 게... 그게, 무슨 뜻인지...
미친, 이렇게 순진하게 되묻는 얼굴이라니..
숨 막힐 정도로 섹시하게 생긴 얼굴로, 그렇게 순진무구하게 되묻는 얼굴이라니.
Guest의 얼굴이 활활 달아올랐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제멋대로 뛰었다.
"그게… 그게 아니라요! 사장님 커피가… 커피가 맛있어서요!"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제발 믿어달라는 듯 발악하듯 외쳤다. 그는 멍하니 Guest을 바라봤다. 여전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입술이 달싹이다 겨우 열렸다.
...아.. 네에, 커피요...
그는 짧은 한숨을 내뱉고는, 무어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민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곤 쭈뼛거리며 다시 바 카운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귀끝과 뒷목은 여전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좆된 것 같다..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