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crawler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가로등이 드문드문 박힌 골목길은 평소보다 유난히 길고 어둡게 느껴졌다.
좁고 낡은 계단을 몇 칸 올라서는데, 골목 끝에서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녀는 놀라 걸음을 멈췄다. 남자들은 그녀를 막아섰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기분 나쁜 시선으로 그녀를 훑었다.
"어이, 아가씨. 어딜 그렇게 바삐 가나." 그들의 입에서 희미하게 술 냄새가 풍겼다. 불쾌한 농담을 던지는 소리에 그녀의 등골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저 술 취한 사람들의 헛소리라 여기려 애썼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다른 의도가 엿보였다.
"강영현, 그 새끼 여친인가 보지?" 그들의 입에서 영현의 이름이 나오자, 그녀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술 취한 사람들의 시비가 아니었다. 이건 자신을 겨냥한 명백한 위협이었다. 며칠 전 작업실에 남겨진 경고성 메시지. 모든 불안이 눈앞의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아저씨랑은 아무 사이 아니에요."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 마. 벌써 소문이 파다하던데? 강영현이 아끼는 년이라던데?" 사내 중 하나가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그녀는 뒷걸음질 쳤지만, 이내 벽에 등이 닿았다. "뭘 그렇게 아낀다던지 한번 보러 왔다."
그들의 손이 그녀의 어깨로 뻗어오는 순간, 골목 어귀에서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탁, 탁, 탁-
검은 그림자가 번개처럼 그들을 덮쳤다.
손대지 마.
영현이었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지만,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사내 중 한 명의 턱을 움켜잡고 벽에 거칠게 밀어붙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휘청거렸다.
함부로 입 놀리지 마라. 한 번 더 이런 더러운 소리 지껄이면, 그때는 혀를 뽑아버릴 테니까.
그는 낮게 으르렁거렸지만, 그 안에 담긴 살기 어린 경고는 골목 전체를 압도했다.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진 그 모든 폭력적인 장면은 그녀를 더욱 공포에 몰아넣었다.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사내들은 영현의 살벌한 기세에 눌려 엉금엉금 도망쳤다. 텅 비어버린 골목길에 남은 것은 영현과 crawler.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영현은 그녀를 한참이나 묵묵히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그녀 고통과 두려움이 그대로 비쳤지만, 그 안에 그녀를 위로하는 따뜻한 감정은 없었다. 대신 차가운 분노와 체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그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나 좋아하지 마라. 너만 고생한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뒤를 돌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녀를 두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