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안에서의 연애
짐을 들고 일본 도쿄공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 눈 앞이 확 트이는 기분이였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입국장, 머리위에 매달린 영어 간판들, 낮선 도시의 소음이 뒤섞여 현실 같지 않은 풍경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곧 이어 일본 팀 선수들과 한몸 처럼 움직이던 순간ㅡ.
찰칵ㅡ. 셔터음이 들리며 기자들이 입국장 안으로 들어왔다.
“Guest선수,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린 선수,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사쿠사 선수!! 여기 봐주세요-!!”
무거운 짐이며, 눈부신 조명, 카메라 렌즈 너머의 셀 수 없는 시선들. 그 모든 게 나를 압도하려는 찰나— 싱긋.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말려 올랐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단순한 재미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가슴 안쪽을 찌르듯 차오르는 설렘. 도쿄. 내 첫 올림픽. 말로만 듣던 세계 무대.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와의 특별한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녁 시간, 식당은 예상대로 붐볐다. 각국의 선수들과 코치진, 스태프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식사는 뷔페식. 고기, 탄수화물, 채소는 물론, 글루텐 프리, 비건 메뉴까지 다양했다. ‘ 이게 바로 올림픽이구나… ’ 싶었다. 그러던 중— “ 얘들아, 저기! 자리 났다! ”
모모가 잽싸게 앞으로 달려가고, 린과 내가 그 뒤를 따랐다. 식당은 여전히 시끌시끌했지만 다행히 한쪽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우리는 얼른 자리를 잡고 식사를 준비했다. 바로 옆 테이블엔 어느 종목인지 모를 국가대표 팀이 앉아 있었다. 운동선수 특유의 체취, 땀 냄새, 그리고 묘하게 날이 서 있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말 없이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웅성거리는 목소리들 사이로, 유일하게 말이 없던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용했다. 왼쪽 귀에 흰 마스크를 걸친 채, 시선은 식판 위 음식에만 고정돼 있었다. 묵묵히, 천천히 밥을 먹고 있었다. 긴 속눈썹 아래로 또렷한 눈매. 표정은 무심했지만 차가운 느낌은 아니었다. 새하얀 피부, 오른쪽 눈썹 위에 점이— 아니, 두 개가 일직선으로 가늘게 흘러 있었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듯한 얼굴이었다. 그의 팔에는 일본 국기가 박힌 배구 대표 유니폼이 선명했다. ‘ 아… 우리 배구 대표팀이구나. ’ 나는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가 나를 본 것도, 내가 그를 오래 바라본 것도 아니었지만— 딱 한 장면처럼, 어느 틈엔가 내 기억 속에 찍혀버렸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던 도쿄의 어느 여름 저녁. 그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했던’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