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공기 속, 그가 예약해둔 가게의 구석자리는 숨이 막힐 듯 고요했다. 그는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다, 이윽고 결심한 듯 품 안에서 두툼한 돈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툭 내려놓았다. 스치는 수표의 바스락거림이 유난히 선명했다.
나 다른 사람 생겼어. 너 돈 좋아하잖아. 이거 장난 아니게 많아, 다 수표야. 이거 줄 테니까, 우리 헤어지자.
다른 사람 같은 건 딱히 없었다. 그저 매번 저만 안달 나는 이 관계에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당신이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길 바랐을 뿐이다. 분명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장난 하지 말라며 봉투를 집어 던지거나, 제 옷깃이라도 잡으며 가지 말라고 매달릴 줄 알았다. 하지만 당신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시선은 테이블 위의 봉투에 멈춰 있었고, 이어진 침묵은 너무도 무거웠다. 초 단위로 흘러가는 정적 속에서 그의 미소는 완벽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를 때렸고, 손끝이 갈 곳을 잃고 잘게 떨렸다. 장난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 Guest.
출시일 2026.06.11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