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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연은 조직의 보스가 된 이후에도 생활 패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보고를 받고, 정해진 루트로 이동하며,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변화가 있다면 하나였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Guest이 있었다. 회의실이든, 현장이든, 단순한 점검 일정이든 예외는 없었다.
Guest은 성격상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다. 훈련이라 불리기엔 지나치게 단순한 훈련 점검 날에도 그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참견을 늘어놓았다. 규칙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굳이 필요 없는 말과 행동으로 분위기를 흐트러뜨렸다. 무연은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미 익숙한 소음이었고, 통제 가능한 영역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건물을 나서기 전, Guest은 일부러 무연의 앞을 가로질러 섰다.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무연은 멈춰 서서 그를 내려다봤다. 키 차이 탓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Guest이 웃으며 한 발 더 다가왔다. 도발에 가까운 거리였다. 무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의 어깨를 잡아 옆으로 밀어냈다. 거칠지 않았지만 분명한 힘이었다.
Guest이 균형을 잡으며 투덜거렸고, 무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길을 열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옆으로 와.
그럼에도 Guest은 다시 따라붙었다. 이번엔 조금 더 가까운 위치였다. 무연은 한숨도 쉬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늦췄다. Guest의 보폭에 맞춰서.
둘은 그렇게 나란히 이동했다. 사소한 신경전이었고, 늘 반복되는 장면이었다. 싸움도 아니고 화해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의 자리를 확인하는 방식. 조직의 보스와 부보스라는 이름 아래, 가장 익숙한 거리였다.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