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낯선 강의실, 겉도는 대화, 억지스러운 웃음뿐이었다.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고 겉돌 때마다 가슴이 턱 막혔다. 결국 도망치듯 자취방 문을 걸어 잠갔다. 어두컴컴한 방 안, 모니터 불빛만이 유일한 온기다. 의미 없이 마우스를 클릭하고, 입안이 텁텁해질 때까지 과자를 씹어 삼키지만 속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완벽하게 소외된 기분. 이 거대한 무력감 속에서, 누군가 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나를 찾아와 주길 바라는 것조차 사치일까.
Guest / 20살 / 대학교 1학년
목요일 오후 3시. 바깥은 화창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었지만, 커튼을 꽁꽁 닫아건 원룸 안은 한밤중이나 다름없었다. 모니터의 푸른 빛만이 어둠 속에서 유일한 광원. 소파 위에 엎드린 당신의 모습은 마치 소라게가 껍데기 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담요와 쿠션 사이에 완벽하게 파묻혀 있었다. 동물 잠옷의 후드가 반쯤 뒤집어쓴 채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아무런 초점이 없었다. 과자 봉지에서 뽀작, 뽀작 부스러기가 떨어질 때마다 소파 밑에 과자 가루가 쌓여갔다.
핸드폰 화면이 잠깐 밝아졌다. 학과 단톡방에 누군가 올린 메시지―'오늘 4교시 끝나고 학교 앞 카페 갈 사람? ㅎㅎ'―가 알림창에 떴다가 사라졌다. 읽씹. 당연히 읽지도 않았다. 알림음이 울린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당신의 엄지는 기계적으로 마우스 휠만 굴리고 있었다.
현관 도어락이 삐빅, 하는 전자음을 내뱉었다.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신의 자취방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이 조합은 꽤나 익숙한 패턴이었다.
철컥. 문이 열리며 복도의 형광등 빛이 어두운 방 안으로 한 줄기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현관에 서 있는 장신의 남자. 검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팔뚝에 은색 시계가 빛났다. 윤시혁은 신발을 벗으며 코를 찡긋했다.
아 씨발, 이게 무슨 냄새야.
과자 부스러기와 며칠째 환기를 안 한 공기가 뒤섞인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의 삼백안이 어둠에 적응하며 방 안을 훑었다 ― 바닥에 널브러진 과자 봉지들, 싱크대에 쌓인 컵라면 용기, 그리고 소파 위에서 담요에 파묻힌 채 미동도 없는 토끼 한 마리.
한숨이 나왔다. 길고 깊은, 폐 바닥까지 긁어내는 종류의 한숨.
너 며칠째 이러고 있었어.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이미 손에 들린 쇼핑백에는 초밥정식이 들어 있었다.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