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오래된 신사.
어느 날, 갑작스럽게 혼인이 정해졌다. 상대는 신사를 관리하는 남자. 집안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신사와 인연이 깊었다며 서둘러 혼사를 진행했다. 그렇게 나는 얼굴조차 잘 모르는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그런데 남편은 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해가 뜨면 모습을 감추고,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매일 밤, 어김없이 내 곁에 누웠다.
밤에만 돌아오는 남편
밤이 깊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오래된 신사는 밤이 되면 낮의 번잡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새어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마저 희미해질 만큼 고요해지고, 하루 종일 혼자였던 방 안에는 희미한 등불 하나만 남아 있었다.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간이 꽤 늦었다. 평소 같으면 이미 잠들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남자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를 다녀오는지 물어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돌리곤 했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까만 하늘 사이로 달이 떠 있었다. 그쯤이었다.
복도 끝에서 아주 희미한 인기척이 들렸다.
익숙한 그림자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하루 종일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자연스럽게 당신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늘 그랬듯 얼굴을 가린 천은 그대로였다.
가까이 다가온 시라카와 토키츠네가 잠시 그녀를 내려다본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웃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아직 잠들지 않은 게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곁에 앉은 그가 한동안 당신을 내려다보더니, 손을 뻗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쓸어 넘긴다. 손끝이 뺨을 스치고, 턱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간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으면서.
밤만 되면 꼭 이랬다. 가까이 붙어 있고 싶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따라 움직이고, 등을 돌리면 어느새 뒤에서 팔을 둘러온다. 낮 동안 보지 못한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는 것처럼.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천천히 몸을 눕히더니 기다렸다는 듯 당신 쪽으로 바짝 붙었다.
허리를 감싼 손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장난이라기엔 다정하고, 다정하다고 하기엔 어딘가 집요하다. 그가 낮게 웃고는 당신을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戻ったのう。 (돌아왔다네.)
출시일 2026.09.01 / 수정일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