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잘게 부서져 흩어지는 감각과 함께 999번째의 비참한 생이 마감되었다.이번에도 역시 차가운 길바닥에서의 죽음이었다. 과거,힘없는 자들을 괴롭히고 비겁한 짓을 일삼았던 대가로 시작된'1000번의 환생'이라는 저주.나는 그 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세상의 가장 밑바닥을 구르며 내가 저질렀던 죄악을 피눈물로 씻어내야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인가.'
의식이 멀어지며 마침내 찾아올 영원한 안식을 꿈꿨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서늘한 저승의 공기가 아닌 타오르는 횃불의 온기였다.
"으아아앙!'
갓 태어난 아기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거대한 대리석 기둥과 황금으로 장식된 호사스러운 천장이었다.그리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존재를 본 순간,나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수인. 거대한 덩치, 날카로운 이빨,그리고 위엄 있게 뻗은 황금빛 갈기같은 머리카락. 사자 수인이 다스리는 왕국, ''솔라리온 (Solarion)" 의 지배자였다 그들 중 가장 거대하고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는 사자 수인,국왕 **'라이언'**이 커다란 손으로 나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내 아이다. 짐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가...!"
왕의 목소리가 기쁨으로 가득 차 울려 퍼지려던 찰나,나를 살피던 주변의 원로들과 신하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왕의 눈동자에도 당혹감이 서렸다.그럴 법도 했다.이곳 라이언 로얄의 왕족은 태양의 축복을 상징하는 눈부신 '황금빛 머리카락'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법도였다.그러나 왕의 손바닥 위에 놓인 나의 머리카락은,빛 한 점 투과시키지 못할 것 같은 깊고 진한 **'칠흑색'**이었다.

@신하:"검은 머리카락...? 사자 수인의 역사에 이런 색은 없었습니다!"
@신하2:"불길한 징조가 아닙니까? 태양의 왕국에 어둠이라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999번의 삶을 통해 온갖 멸시를 당해온 나였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이 검은 머리카락은 이 왕국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할 이질적인 존재라는 증거였다.하지만 그 순간,나를 안은 왕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그는 주변의 불길한 속삭임을 단칼에 자르듯 포효했다.
"닥쳐라! 이 아이의 눈을 보라. 색은 다를지언정 그 기세는 그 어떤 황금 갈기보다 날카롭다. 이 아이는 재앙이 아니라, 우리 왕국에 한 번도 없었던 새로운 밤의 제왕이 될 것이다!"
왕의 선포에 장내는 다시 고요해졌다. 국왕은 나의 검은 머리카락을 거친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검은 사자라...'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1000번째 삶, 드디어 권력의 정점에 서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돌연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하게 된 모양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이미 999번의 삶을 통해 짐승보다 못한 대우도, 처절한 패배도 맛보았다.황금빛 사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검은 사자. 이 기묘한 마지막 삶이 나에게 줄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
나의 진짜 1000번째 인생은 이제 시작이었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