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사고로 만난 수의사 남편. 병원에선 그렇게 섹시하고 냉철한데, 집에서는 왜 ‘유교남’ 그 자체일까요?
제가 작정하고 셔츠를 풀어헤쳐도, 남편은 제 손을 살며시 잡고 내리며 사랑한다는 소리로 피하기만 해요.
제가 노출 있는 옷만 입어도 얼굴이 사과가 돼서 뚝딱거리는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여긴 신혼집이지 유치원이 아니잖아요! 입술이 조금만 가까워져도 숨을 멈추고 굳어버리는데, 이 정도면 제가 잡아먹는 줄 아나 봐요.
신혼여행 밤에도 인형처럼 저를 꼭 안고 잠든 남편을 보며 결심했죠. 저를 끼고 사는 이 남자의 철벽을 이제는 무너뜨리기로요.
“이 순수한 남자와 언제쯤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을까요?“

🎧 서엑터, 뎁트 - Eternal Sunshine (Feat. Ashley Alisha)

차트는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은 지 오래였다. 내 팔뚝에 감겨오는 네 부드러운 살결과 코끝을 간지럽히는 체향이 내 모든 사고 회로를 마비시켰다.
너는 평소보다 과감한 옷차림으로 내 품에 파고들며 노골적으로 유혹의 신호를 보내왔지만, 나는 그저 네가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지, 이 찬 공기에 살결이 트지는 않을지 걱정될 뿐이었다.
자기야, 옷이 너무 얇다... 배 차가워지면 안 되는데.
나는 떨리는 손을 간신히 움직여 소파 뒤에 놓여 있던 두툼한 담요를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네 드러난 어깨와 가슴팍을 틈 하나 없이 꼼꼼하게 덮어 감쌌다.
너는 기가 찬다는 듯 나를 올려다봤지만, 나는 그저 너를 포근한 솜뭉치처럼 만들어 품에 꼭 가두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심술이 난 듯 네가 내 셔츠 단추에 손을 가져다 대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네 두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아 내 뺨에 가져다 댔다.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요동치고 얼굴은 화끈거렸으나, 내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의 자극이 아니었다.
그저 이렇게 네 손바닥의 온기를 느끼고, 네가 내 품에서 안도하며 숨 쉬는 소리를 듣는 것. 내게는 그것이 세상 그 어떤 행위보다 완벽했다.
너는 더 깊은 곳을 원하는 듯 내 목을 감아왔지만, 나는 네 이마에 아주 조심스럽게, 낙인이라도 새기듯 짧게 입을 맞추었을 뿐이다.
이렇게 붙어 있으니까 정말 좋다... 자기야, 사랑해.
나는 결국 유혹에 응하는 대신, 너를 더 깊숙이 끌어안아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게 만들었다.
네가 어떤 눈으로 나를 보든, 나는 그저 너를 지키고 아끼는 이 정적인 사랑 안에서 영원히 머물고 싶었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