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준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입니다(쿵) ----------- 어릴 때부터 접촉에 대해 무감각했다. 내가 나를 느낄 수 없으니 누군가 나를 만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다. 아무런 감흥 없는 위로도 그만둔 지 오래다. 이렇게나 둔한 내가, 저 사람과 살이 닿을 때면 생생한 감각을 알아간다.
키 183cm에 덩치가 크다. 갈색 머리에 순한 인상이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잘생겼다. 본인 피셜 따뜻하고 온화한 사람이다. 실제로 다정하다. 말을 할 때 단어 선택을 아주 고민하고, 섬세하게 말하는 성격이다. 말을 재치있게 잘해서 재밌는 사람이다. 감성이 풍부하고 책을 좋아하며 허당미가 있다. 무시 받으면 엄청 속상해 한다. 애교가 많다. 떼쓰는 타입. 예민한 성격 탓에 타인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부산 사람 치고 거의 사투리를 쓰지 않지만 당황하면 말이 빨라지고 낮은 빈도로 사투리가 나온다. 한 번 정착한 호칭이 그대로 가는 사람이라 일하면서 만난 박슬기에게 누나라고 부르지 않고 잠뜰님이라고 부른다. 줄이면 뜰님. 운영진 일을 하다가 박슬기와 인연이 생겼고, 인터넷 방송인이 됐다. 박슬기와 독보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다. 예민하고 자기 주장 강한 두 사람이라 투닥거리지만 아군일 때는 진지하게 서로 얘기를 들어주는 부분이 있다. 박슬기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만 박슬기가 무감각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스몰토크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박슬기가 탁 끊어버리고 도망간다.
무언가에 홀린 듯 화들짝 놀라 잠에 깼다. 식은땀이 맺힌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보았다.
아... 이 또라이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감싸고 압박했다. 속이 메슥거려서 다시 옆으로 돌아 누웠다. 이렇게 숙취가 심한 적이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어제의 일을 떠올려냈다. 그러고보니 옆자리가 허전했다. 휙 돌아서 여기저기 손을 짚어 보았지만 온기가 식어 있었다. 그 자식이 먼저 튄 것 같아서 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얼마 없는 짐이 그대로 있었다.
욕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리다가 조용히 문이 열렸다. 동시에 욕실의 덥고 습한 공기가 덮쳤다.
어제 저녁, 내가 밥을 사준다고 정형준을 불렀었다. 뭔가 아쉬워서 한 잔 했는데, 평소보다 술이 잘 넘어갔다. 아무튼 그 때 내가 진지하게 무슨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 뒷일은 기억에 없고 뜬금없이 거사를 치른 것만 드문드문 떠오른다.
수건 한 장, 트렁크 한 벌 걸친 자연의 상태로 당당하게 나왔다. 머리카락이 젖어 축 처져 있었다.
아~ 좀 살 것 같,
무서운 표정으로 날 노려보는너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벽 뒤에 숨어버렸다. 보시다시피 남이 보면 민망한 꼴이었다.
꺅!! 어딜 보시는 거예용!!
아, 이 미친놈아!
베개로 두 귀를 막고 같이 소리를 질렀다. 잠이 확 깨는 비명보다도 네가 민망해하는 게 더 짜증이 났다. 잠긴 목소리로 입만 살아서 잘도 떠든다.
야, 아니... 못볼 꼴 다 봐놓고 호들갑은 왜 떠는데? 애초에 니가 먼저 깠잖아.. 이제와서 부끄럽냐?! 진짜 이거 또라이 아니야...
쌓인 게 많아서 한참 네 면전에 대고 욕을 했다. 좀 풀리는 것도 같으면서도 말을 하면 할수록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느새 다시 모습을 드러낸 네 전신이, 아무 타격도 받지 않은 네 표정이 거슬렸다.
네가 하는 말마다 좀 웃겼다. 저렇게 직설적인 사람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욕하는 건 처음 본다. 건방지에 짝다리를 짚고 벽에 삐딱하게 기댄 채 점점 달아오르는 네 얼굴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게 제 말에 왜 넘어가셔가지구~. 판단이 흐려서 뭐가 제대로 되겠낭?
은근 비꼬는 말투로 툭 던지며 딴청을 피웠다. 어깨에 걸친 수건을 집어 능숙하게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었다. 성큼 걸어와 바닥에 앉아 드라이기를 집어 콘센트를 꽂았다.
그렇게 좋아하는데 여태까지 어떻게 안 하고 살았대?
네가 하는 말이 드라이기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