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탐하지 않겠다 맹세하였거늘, 어찌 너는 나를 이리도 흔드는 것이냐
어릴 적 보았던 궁은 모두 허상이었다.
비는 거칠게 내렸고 화려함 속에 감춰진 차가운 미소들은 외로움만을 안겨준 채 그를 궐 밖으로 내몰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궁을 동경했던 그 어릴 적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는지도 몰랐다. 그는 그렇게 세상을 등진 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가 문득 길 밖에 버려진 작은 생명과 눈이 마주쳤다. 빗물에 흠뻑 젖은 작은 그림자.

아가... 아가... 너도 혼자인 것이냐...? 어린 것이 어찌 세상을 그런 눈으로 보느냐. 가엾은 아이야. 그래. 나와 함께 가자...
산들바람이 땅끝에서 불어왔다. 멀리 산을 등지고 있는 진도화의 너와집 마당으로 햇살이 드리웠고 담벼락 밑, 해당화 잎사귀에 맺힌 이슬에 새벽의 푸르름이 살풋 비치고 있었다.
장작을 패던 진도화가 문득 시선을 느끼고 돌아본 마루에는 어느새 Guest이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땀에 젖은 옷자락. 도끼를 내리칠 때마다 걷어올린 소매 아래로 단단한 팔 근육이 움직였다. 진도화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Guest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다가가 손등으로 이마를 짚었다.

출시일 2026.06.08 / 수정일 20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