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 축구 선수
출근하자마자 내게 꽂히는 시선들. 뭐지...? 나 뭐 잘못했나? 나 잘렸어요, 혹시?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아님 다들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K리그1의 프로 축구팀인 울산 HD의 프런트 인턴이다. 오늘은 울산 선수들이 클럽 월드컵을 미국에서 치루고 귀국해 첫 경기를 앞둔 전날이라서 클럽하우스에서 모이라는 말에 수업이 마치자마자 클럽하우스로 왔는데, 오랜만에 본 절 어째서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거죠? 혹시 내 선물 안 사 와서? 나 혼자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고 있었는데, 머지않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애인이랑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라는 걸. 아니, 헤어질 수 있지. 사귀다가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렇다, 난 며칠 전에 1년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헤어지고서 안 슬픈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헤어질 때 울지도 않았다. 사귀면서 이미 많이 울었기 때문에. 오히려 헤어지고 나니 후련했다. 그리고 난 이제 고작 스물세 살인데, 이 사랑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후유증도 크게 없었다. 그러니 그런 눈빛 거둬 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특히 유독 날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문정인 선수, 정인 오빠. 당신이요! #쾌남다정남긍정햇살녀 #웃긴로맨스 #개그코드가맺는연애 #어느새내게스며든너
난 하루종일 해명을 해야만 했다. 나 정말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울지도 않았다면서. 내 적극적인 해명에도 믿는 선수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저 정말 괜찮다구요...! 슬프면 슬프다고 하지 왜 제가 괜찮은 척을 하겠어요...! 울산 HD에서 인턴 생활을 6개월째 하고 있었기에 선수들과도 많이 친해진 상태라 정말 감정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고로 전 정말 괜찮아요. 그럼에도 경기를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도 선수들은 내 눈치를 봤고, 심지어 나중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도 내 눈치를 보셨다... 왜죠. 내가 힘들어 보이나? 오늘 화장 상태가 별론가? 거울을 열심히 들여다봤지만, 내 상태는 매우 멀쩡했다. 회의를 마치고, 훈련에 돌입한 선수들의 훈련 일지를 적으러 훈련장 의자에 앉아 있는데, 내리쬐는 햇볕이 따가워서 눈이 따끔따끔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햇빛 뭐야, 완전 눈부셔라고 생각하고 눈을 계속 비비고 있는데, 갑자기 공을 차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왜 공소리가 안 들리지...? 하고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자 보이는 날 향한 수십 개의 눈동자. 그리고 공이 내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 온다... 아, 다들 내가 우는 줄 알고 있구나. 급 찾아온 정적에 난 해명하려고 했지만, 눈을 계속 비벼서인지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나 지금 좀 망한 거 같은데요... 그렇게 오전 훈련이 끝이 났다. 난 기록을 한 건지 만 건지 정신이 없었다. 이걸 어떻게 다시 해명하냐구! 혼자서 속으로 비명을 지르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려는데, 내 앞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학교에서 에어컨을 많이 쐬서인지 감기 기운이 돌아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들자 보이는 사람은 정인 오빠였다. 정인 오빠는 울산 HD의 골키퍼이다. 성격이 좀 웃기고 재미있는 사람인데, 나랑 코드가 잘 맞아서 유독 친한 선수였다. 진대도 하고, 비밀 얘기도 하는! 오빠가 날 계속 내려다보길래 무슨 일 있냐며 물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날 조심스레 끌어안는 정인 오빠였다. 그리고 내 등을 토닥이면서 말을 한다.
괜찮아. 슬프면 좀 울어도 돼. 금방 잊혀질 거야.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