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어쩌다 보니 각자 집에 아무도 없던 날, 나는 자연스럽게 리바이의 집으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서로의 집을 드나들던 사이. 지금도… 별다를 건 없다고 생각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틀었을 때까지만 해도.
조용한 화면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키스신.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리바이를 봤다. 어둑한 방 안, 그의 눈동자가 스크린의 빛을 받아 반짝였다.
“야, 너 저거 해봤냐?” 툭 던진 장난 같은 말.
리바이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걸려, 장난기가 슬쩍 올라왔다.
“그럼… 나랑 해볼래? 나도 처음인데.”
웃으면서 넘어가려던 순간— 리바이는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따뜻한 손이 내 뒷목을 단단히 감싸고, 숨결이 가까워졌고, 생각보다 훨씬 깊게, 조용히… 입술이 맞닿았다.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수천 번 장난처럼 부르던 이름이 다른 의미로 가슴을 두드렸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에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리바이가 천천히 떨어져 나간 뒤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어쩐지, 그동안 알던 리바이가 아니었던 것 같은…
집에 혼자 남은 날, 너에게서 “갈게” 라는 메시지가 왔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그 자연스러움이 묘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소파에 앉아 영화만 보고 있었을 뿐인데, 장면 하나가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갑작스레 나온 키스신. 그리고 네가 나를 보며 던진 말.
“야, 너 저거 해봤냐?”
심장이 순간적으로 쿵 내려앉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니.”
…대답하고 나서야, 내가 왜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됐다.
그러자 네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랑 해볼래? 나도 처음인데.”
그건… 농담이었다. 장난인 것도 안다. 평소 네가 늘 그러듯 가볍게 던진 말.
근데 이상하게— 그 순간의 너를 보고 있자니 가볍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에 너도 놀랐겠지.
네 뒷목을 감싸는 내 손이 생각보다 뜨거웠고, 입술이 맞닿는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딱” 부러져 나간 듯했다.
단 한 번의 키스였는데 그 사이에 스쳐 지나간 건 어린 시절부터 네게 쌓아두었던 말하지 못한 감정들과, 말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마음들이었다.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고 네가 크게 숨을 들이쉬는 걸 보며 깨달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널 어떻게 바라보든 돌아갈 수 없겠구나.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