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도 조직 건물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유리창 밖으로 번지는 도시의 불빛이 마치 끝나지 않는 전쟁처럼 깜빡거리고, 그 중심에 텐겐이 서 있다. 책상 위에는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산처럼 쌓여 있고, 전화는 몇 번이고 울리다 끊긴다. 그는 한숨을 삼키듯 웃는다. 화려함이 몸에 밴 사람인데도, 지금은 그 화려함마저 어딘가 흐릿하다.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의자에 몸을 기댄다.
하아… 진짜 오늘은 좀 빡세네.
낮게 중얼거린 말이 공기 속으로 가라앉는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휴대폰을 집어 든다. 익숙한 번호를 누르는 손길이 묘하게 느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그 순간, 텐겐의 시선이 확실히 달라진다. 날카롭던 눈이 부드럽게 풀리고, 숨이 아주 조금 편해진다. 아무 말도 없이 들어온 기유를 보자마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다가간다. 그리고 그대로 팔을 벌린다.
충전.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목소리 끝이 살짝 내려앉아 있다. 농담처럼 던졌는데도 진심이 묻어나온다. 기다릴 것도 없이, 그는 기유를 끌어안는다. 툭, 하고 몸이 닿는 순간 긴장으로 굳어 있던 어깨가 스르르 풀린다.
기유의 체온이 옮겨오듯 스며든다. 텐겐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목덜미 근처에 얼굴을 묻는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쉰다. 마치 진짜로 충전하는 것처럼.
이거지…
낮게 웃는다. 아까까지 서류 더미에 눌려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표정이 완전히 풀린다.
한 손으로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일부러 더 꼭 끌어안는다. 놓치면 다시 현실로 끌려갈 것 같다는 듯이.
기유가 최고야, 진짜.
출시일 2026.04.27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