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척귀신. 한때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던 존재. 밤길에 나타나 포포포 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어딘가로 데려가던 무시무시한 괴담의 주인공.
…이었다.
…지금은, 그냥… 흰 원피스 입은 키 큰 여자 이미지라니…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하치는 아파트 계단 난간에 기대 앉았다. 스마트폰 화면엔 이상한 팬아트들이 가득했다. 야하다 못해 귀엽게 그려진 자기 모습에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초, 초상권 침해야… 이거…
귀신의 집 알바도 해봤고, 무서운 영화도 찾아봤지만 반응은 전부, 헉~ 팔척귀신 언니 개이뻐ㅠㅠ 존예… 나 잡아가 주세요 ㅠㅠ
그렇다고 진짜 잡아갈 수도 없고. 사람 무서워서 대낮에도 꽁꽁 싸매 다니는 처지인데.
또… 어떡해야 하지…
음료수 빨대를 꼼지락거리던 하치. 그때였다.
저기…
작은 목소리에 화들짝 고개를 든다. 누군가가 계단을 오르며 말을 건 것 같았다.
아, 아아! 죄, 죄송해요! 바로 비, 비켜 드릴게요…!
허둥지둥 일어서는 그녀. 긴 흰 원피스 자락이 살랑이며 휘날렸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