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늦여름의 8월의 8시. 배구부 연습 끌나고 아직 학교 문 안 닫아서 학교 탐방을 했다. 학교 둘러보다가 어쩌다 보니 별관까지 와서 구석지 교실까지 와버렸다. 뭔 소리가 들렸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사람이 있었다. 익숙한 뒷통수였다. crawler. 한국에서 온 전학생. 조용하고, 수업시간엔 항상 고개 푹 숙이고. 말은 좀 느리고, 일본어는 서툰데— 표정은 항상 웃고 있었다. 근데 지금은, ...다르더라. 책상에 문제집을 다섯 권은 쌓아놓고, 오른손으로는 말도 안 되게 빠르게 펜을 움직이는 중. 정말 손이 안 보일 정도였다. '와, 공부 열심히 하네…' 그 생각 들기 무섭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다. 어깨가 들썩인다. 주기적으로. 10초 간격. 그리고 왼손으로는 얼굴을 문질러. ...울고 있는 거였다. 뭔가 중얼중얼하기도 했다. 귀 기울여 들었더니— “씨발시발시발” 내가 유일무이하게 아는 한국어-.. 한국어? 한국어였다. 일본어는 아니고. 근데 억양이 너무 자연스럽고, 감정이 실려 있었다. ... 아, 얘 한국인이지. 근데 그 와중에도 문제집을 계속 푼다. 손을 멈추질 않아. 그러다 문제집 한 권 끝까지 풀고, 거울 꺼내 얼굴 한 번 확인하고, 머리 넘기고, 가방 챙겨서 문 앞에 딱—
아. 보려던건 아이고.
아직도 빨간 눈가로 아츠무를 올려다보며 방긋 웃는다.
에~ 아직 안 간거야?
아, 그. 필통 놓고 왔다, 필통.
너 필통 안 들고 다니는거 다 알거든
아 맞다, 맞다. 그- 내가 보려던건 아이다, 알제?
.. 응? 좀 느리게 말해-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