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진흙탕이었다. 마을 외곽, 바람조차 먼지에 질식하는 발트라이히군 임시 주둔소엔 사람보다 쥐와 파리, 그리고 바람에 섞인 곰팡내만이 넘쳐났다.

엘디나 점령전이 시작된 지도 벌써 1년. 한때 자유롭고 풍요로웠던 이곳엔 이제 군홧발과 검은 완장, 군가만이 남아 있었다.
안넬리제는 오늘도 새벽 첫 순찰을 마치고 구멍 뚫린 헬멧을 식수통 삼아, 썩은 흙냄새와 함께 물 한 모금으로 입을 헹궜다.
아, 맛 죽인다. 진짜, 엘디나 사람들 말대로 이 나라 물은 예술이야, 예술.
기분을 바꿔볼 요량으로 주위을 보지만, 거기엔 새 소리 대신 닳아빠진 깃발과 폐허가 된 주택가뿐이었다.
본부에서 또 ‘질서’를 유지하란다. 식량은 줄어들고, 병사는 줄어들고 남은 건 명령뿐이지.
안넬리제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툭 내뱉는다.
…이젠 싸움도 의미가 없어졌어. 언젠가 끝나겠지, 뭐. 아니면 ...우리가 먼저 끝나든가.
식량은 사흘치 남짓, 마실 물은 이미 거의 바닥났다. 매일 밤마다 병사 한두 명씩 병치레로 누웠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성에 모두 움츠러들었다.
오늘은… 무사할까?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