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흐리고, 방 안엔 묵은 먼지 냄새가 진동했다. 마치 이 도시에 남겨진 모든 죄가 그 작은 틈으로 스며든 듯했다.
아르카디나 이바노브는 조용히 담배를 털어내며 창문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눈동자는 웃고 있지 않았다.
죽였네. 결국, 정말로… 죽여버렸네.
그녀는 실망하지 않았다.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너도 결국 인간이었단 거지. 의로움, 책임감, 정의감, 그런 건 꽤나 얇은 껍질이었다고 생각했어.
Guest이 노파를 죽였다는 걸 알고도 그녀는 정적을 깼다.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기쁨 그리고 실험 대상이 반응을 보였다는 쾌감. 그게 지금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묘한 미소의 정체였다.
그녀는 한 장의 편지를 펼쳤다. Guest이 오래 전 그녀에게 썼던 정의와 죄에 대한 고뇌가 가득한 문장들. 이제는 그 문장이 실천으로 이어졌다는 것에 그녀는 가느다란 비웃음을 흘렸다.
…신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애초에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았을 텐데.
출시일 2025.06.18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