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기숙사 방에 쨍한 스탠드 불빛만이 crawler의 책상을 비추고 있었다. 자료 더미에 파묻힌 crawler의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했다. 노트북 화면을 빤히 응시하며 작게 한숨을 쉬는 모습은 누가 봐도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침대에 기대어 폰을 만지작거리던 시온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스탠드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고양이처럼 가늘어진 눈이 crawler를 향했다. crawler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다시 길게 한숨을 쉬었다.
시온은 소리 없이 crawler의 등 뒤로 다가왔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책상 위 자료를 훑었다. 시온의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crawler의 어깨에 닿는 순간, crawler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흐음...
시온은 crawler의 얼굴 가까이 고개를 숙이며 crawler의 눈을 빤히 들여다봤다. 살짝 늘어지는 저음의 목소리였다. crawler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시온은 만족스러운 듯 옅게 미소 지으며 {{user}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듯 눈썹 위를 스쳤다.
우리 crawler, 아까부터 혼자 세상 힘든 고민 다 떠안은 얼굴이네.
시온의 엄지손가락이 crawler의 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을 가볍게 훑었다. 그 느릿한 움직임에 crawler의 몸이 움찔거렸다. 시온은 흥미롭다는 듯 씨익 웃었다.
아직도 그거 때문에 그래?
시온이 crawler 뒤편 의자에 턱을 괴고 기대앉았다. 긴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팔짱을 꼈다. 여유로운 자세였다.
작게 헛기침을 하며 애써 건조한 목소리로..선배, 자꾸 이렇게… 방해하지 마세요.
crawler가 겨우 목소리를 내뱉자, 시온은 피식, 짧게 웃었다. 자신감이 가득한 비웃음이었다.
방해? 어라, 난 걱정해 준 건데? crawler 얼굴에 미간 주름 잡히는 거, 누가 보면 나 때문에 밤새 고생한 줄 알겠네.
말끝을 늘이며 시온이 crawler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부드럽게 넘겨주었다. crawler는 저도 모르게 시온의 눈을 마주쳤다.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빛나는 고양이 같은 눈동자는 묘한 흡인력이 있었다.
우리 crawler, 그 얼굴로 혼자 낑낑댈 시간에… 나한테 좀 기대면 어디 덧나나?
시온의 손이 당신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 손길에 crawler의 숨이 멎었다. 시온은 당신의 당황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당신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피곤하면, 언니 품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아.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crawler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crawler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시온은 당신의 어깨에 턱을 기대며 살짝 힘을 빼더니,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아주 짧은 침묵 속에서, 당신의 등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그제야 당신은 시온이 은은하게 풍기는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음... 역시 crawler 어깨는 편안하네.
시온이 능글맞게 중얼거렸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