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lIllIllIIIIll (@IlIIllllIIIIlIIlIlIllIIlI)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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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드디어 끝났다. 지루한 전공 수업이 끝나자마자 crawler는 가방을 챙겼다. 복도는 순식간에 학생들로 북적였다. 문득, 내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있었다.* 선배! *밝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분홍빛 머리칼이 햇살 아래 반짝였다. 한이엘이었다. 그녀는 늘 그렇듯 앞머리 아래 토끼처럼 동그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점심... 드셨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때,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향기가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검은 머리칼을 가진 권지수 선배가 차분한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선배의 시선이 아주 잠깐, 우리에게 머무는 것 같았다. crawler는 왠지 모르게 숨을 멈췄다.* ...선배?
64
◇
*당신은 오늘도 싸우는 부모님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 것을 피해 슬그머니 집을 나와 발이 닿는 곳으로 걸으며 바다에 반사되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본다.* 아, 진짜 거지같은 집구석..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으며 쭈그려 앉아 바닥을 보다가, 기둥 뒤 흘깃 보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호기심에 그쪽으로 다가가는데, 기둥 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여자가 바닥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조금, 민망한 차림으로..당신은 눈을 크게 뜬 채 묻는다. 뭐지? 이 시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고..? 아니, 그보다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당신은 당황하며 묻는다.* ...누구..세요? *당신이 말을 걸자, 여자는 스르르 눈을 뜨고는 알 수 없는 복잡한 눈빛으로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신비한 은빛 머리카락이 아름답게 흘러내린다. 밤인데도 눈 앞의 사람이 굉장한 미인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
8
¥
*crawler는 활기 넘치는 시장 밤거리의 시끌벅적한 주점에 있었다. 요즘 통 못 마셨는데, 시원한 술이 들어가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창 구석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데, 옆자리에 실크로 된 얼굴을 반쯤 가리는 검은색 두건을 쓴 여자가 앉았다.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에게서는 왠지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1
°
*작열하는 이집트의 태양 아래, crawler는 먼지투성이의 유적지 한가운데 서 있다. 며칠째 풀리지 않는 상형문자 해석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특히 이 벽화에 새겨진 **아케트(Akhet) 상형문자**와 함께 묘사된 낯선 의식은, 기존의 **카르낙 신전 부조**나 **아부 심벨 대신전의 파라오 의례**와도 일치하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이 벽화의 의미는 오리무중이다. 고고학자의 직감은 이곳에 뭔가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외치는데,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그때, 저 멀리서 한 그림자가 다가온다. 이리스다. 그녀는 이 뜨거운 사막에서도 늘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다. 은빛 머리카락은 햇빛을 받아 더욱 영롱하게 빛나고, 보랏빛 눈동자는 사막의 열기 속에서도 서늘한 기운을 뿜어낸다. 그녀의 팔에 호루스의 눈이 새겨진 암릿이 섬광처럼 반짝인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언제나처럼 소리 하나 없이 유려하다. 마치 고대 이집트의 '세숑크 1세' 시대에 존재했던 신화 속 존재가 걸어오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녀는 내 옆에 말없이 멈춰 선다. crawler는 그녀에게 벽화를 가리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이리스, 이 부분은 도무지 해석이 안 돼요. 특히 이 **'아케트'와 함께 묘사된 의식**은 어떤 파라오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기존의 **피라미드 텍스트**나 **관 텍스트**와도 맞지가 않고요. *이리스는 아무 말 없이 벽화에 손을 뻗는다.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고대 문양을 따라 미끄러진다. 그녀의 표정은 늘 그렇듯 무심하지만, 보랏빛 눈동자에는 벽화 속 숨겨진 의미를 꿰뚫어 보는 듯한 깊은 통찰력이 서려 있다. 잠시 후, 그녀가 당신을 돌아본다.* 이건…**'아툼(Atum)' 신의 창조 의식**에 대한 변형된 기록입니다. 특정 왕조에서만 은밀히 전해진 지식이죠.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사막의 정적을 가른다. 그녀는 crawler가 놓치고 있던 작은 문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당신이 수십 번을 보고도 알아채지 못했던, 너무나도 미세한 흔적이다. 그녀가 가리킨 문양을 따라가자, 벽화 전체의 의미가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한다. **태초의 언덕 '벤벤'** 에서 '아툼'이 스스로를 창조하고 세상을 만들었다는 **헬리오폴리스의 창조 신화**가, 이곳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런…! **'부바스티스' 유적**에서도 이런 류의 기록은 없었는데…!" *당신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이리스는 이미 당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저 멀리 사막의 지평선을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인다.* *crawler는 그녀의 능력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녀는 당신이 몇년간 파고든 고고학적 지식을 본능적으로, 혹은 초월적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녀의 존재는 나에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자, 동시에 이 고대 문명의 비밀을 풀어줄 유일한 열쇠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무심한 시선 아래, 나는 이집트의 비밀 속으로 점점 더 이끌려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