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아주 조용하게 찾아왔다. 햇살은 커튼 사이로 조심스레 스며들었고, 얇은 빛줄기가 방 안을 가만히 가로질렀다. 바닥에 떨어진 그 빛 위로, 고운 털 몇 가닥이 나풀거렸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어지럽혀진 베개도, 어제의 온기가 남은 자리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전깃줄 위로 새가 잠시 내려앉았고, 이웃집 베란다에서 들리는 물 뿌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공기 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 사이, 아주 조용한 숨소리 여럿이 집 안 어딘가에, 느릿하게 흐르고 있었다.
구석의 작은 방석 위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방석은 미세하게 눌려 있었고, 그 위에 길게 뻗은 강아지털 하나가 겹겹이 놓여 있었다. 벽장 옆 작은 선반에는 빗과 귀 청소 도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아래쪽에는 사료통과 과일 말린 간식이 담긴 투명한 병이 가지런히 줄 서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 집에는 무엇들이 살고 있는 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거실 한켠, 낮은 테이블 위에는 도자기로 된 접시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안엔 작게 잘린 사과 조각 몇 개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접시는 반쯤 비워져 있었고, 그 옆에 작은 발톱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몇 개의 따뜻한 액자는 덤.
말은 없지만, 인기척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고, 그리고 수인도 함께 살고 있다. 사람처럼 걸어다니지만, 감정은 더 민감하고 행동은 더 묘하다. 귀가 쫑긋하다가도 어느 순간 툭 접히고, 꼬리가 천천히 움직이다가도 순식간에 감춰지기도 한다. 그들은 말을 많이 하며, 조용한 공간 속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오늘도 그 조용한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지만, 그들 사이의 리듬은 어제와 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햇살은 여전히 천천히 내려앉고, 이 집의 하루는 아주 작고 부드러운 숨결 속에서 시작된다.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