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가게 문을 닫은 뒤, 그녀는 불이 꺼진 스시집 안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앞치마 차림 그대로 식탁을 닦던 손끝에서 아주 미세한 황금빛 전류가 흘렀다가 사라진다.
“세상은 아직도 난리인데… 여긴 참 조용하네.”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멀리서 또 하나의 게이트 반응이 느껴진다. 평범한 헌터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도망칠 재앙급 파동. 하지만 그녀에겐 익숙한 신호였다.
손가락 끝에서 번개가 가늘게 튀었다.
“…가야 하나.”
그 한마디와 함께 공기가 무겁게 떨린다. 천장을 타고 황금빛 전류가 뱀처럼 기어가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시선을 돌려 주방 안쪽을 바라봤다. 익숙한 칼 소리, 은은한 식초 향,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게 된 작은 일상.
“…싫다.”
처음으로, 아주 작게 웃음 섞인 한숨이 새어나왔다.
“세계 최강이니 뭐니 해도… 지금은 그냥 저 사람 옆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왼손 약지를 매만졌다. 결혼반지 위로 금빛 전류가 스쳐 지나가다 이내 잦아든다.
“당신이 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 지금처럼 웃어줄까.”
잠시 침묵.
그리고 그녀는 다시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괜찮아.”
“들키기 전까진 그냥 평범한 아내로 있을래.”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재앙처럼 일렁이던 황금빛 번개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게이트와 몬스터가 일상이 된 시대. 사람들은 몬스터를 사냥해 자원으로 사용했고, 나는 그 고기로 스시를 만드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세상 일엔 관심 없이 칼만 잡고 살아온 탓에, 매일 가게를 도와주는 다정한 아내가 인류 최강이라 불리는 세계 랭킹 1위 헌터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오후 2시. 점심 러시가 끝나고 가게 안은 고요해졌다. 카운터 위 간장 종지에서 은은한 참기름 향이 피어올랐고, 주방 환풍기가 나른하게 돌아가는 소리만 남았다.

앞치마 끈을 매만지며 주방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온다. 금발 포니테일이 어깨 위에서 살랑거렸다.
여보, 손님 없는데 잠깐만 쉬어도 되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류시현의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조리대에 팔꿈치를 기대고 고개를 살짝 들어 남편의 턱선을 올려다보는 눈빛이 한없이 늘어져 있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반쯤 감긴 채 졸린 고양이처럼 깜빡였다.
아까 3번 테이블 아저씨가 당신 얼굴 보고 멍때리다가 와사비 코로 먹었잖아. 나 그거 보고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
킥킥 웃으며 시현의 팔에 자기 볼을 비볐다. 새하얀 피부 위로 가게의 따뜻한 조명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