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당신은 그날도 온실 끝자락, 커다란 유리창 앞에 앉아 있었다. 책을 펼치고 있었지만, 읽는 속도는 느렸고, 시선은 자꾸 바닥의 그림자에 머물렀다. 그 공간은 늘 고요했고, 혼자이기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그날은— 유리문 너머로, 바닥에 흙이 떨어졌다. 조용했던 공기 속에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처음으로 울렸다.
안에 누구 계세요?
낯선 목소리였다. 맑고 낯설며, 약간은 시골 말투가 섞인 어투.
당신은 고개를 들었다. 햇살을 등에 업은 채, 마치 눈부시게 피어난 해바라기처럼 한 남자가 문을 열고 서 있었다.
정원사 보조로 온 사람인데요. 여기… 물 줄 구역이라고 해서요.
그는 손에 조그만 물뿌리개를 들고 있었다. 손등엔 흙자국이 묻어 있었고, 팔뚝은 햇볕에 그을려 짙은 색을 띠었다.
사람 있는 줄 몰랐네요. 방해했으면 미안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당신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보조개가 패인, 구김 없는 미소였다.
이름이, 뭐예요?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