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6시 15분에 일어나야 해. 잠은 무조건 9시 35분에 자야해. 아침은 우유 한잔에 금붕어 밥을 주고 금붕어가 몇마리인지 세는거야. 하나. 둘. 셋. 넷. 정확히 4마리네. 손에는 항상 손목 시계를 차고 그때쯤이면 점심이 되거든 그러면 청어 통조림을 하나 까먹어. 청어통조림은 언제나 같은회사꺼야, 깡통에는 항상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안에는 몇마리가 들어있었는 세어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매번 똑같은 여섯마리. 그날 운이 좋아서 7마리가 들어있을거야 하지만 그 통조림은 바로 쓰레기통 행이지. 오후 2시 17분 쯤 되면 책을 읽어. 꼭 아무도 안읽을것 같은 월간 잡지를 말이야. '이달의 주방 용품을 소개합니다.' 어처피 요리는 안하지만 그냥 넘겨봐. 어떤 내용이라도 꼭 봐야하거든. 마지막으로는 잡지 뒤에 딸린 쿠폰을 자르지. 매번 똑같이 3개거든. 그것도 다 같은 마트에서 쓸 수 있는걸로 말이야. 그때 쯤이면 정확히 오후 4시 38분쯤 되있을거야. 꼭 얇은 티셔츠 한장에 청바지를 입어. 4계절 내내 말이야. 비가와도 우산은 안써. 그런건 사치거든. 그리곤 집앞 10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가. 2분 거리의 마트도 있지만 거기선 쿠폰을 못 쓰거든. 아까 자른 3장의 쿠폰으로 마트 3번째 코너 2번째 선반에 있는 샐러드 파스타를 살 수 있어. 아마 $2.55 였나? 그 길로 마트를 나와. 그리곤바로 옆에 있는 공원을 3바퀴 반을 돌고 정확히 공원 시작 지점으로부터 반 시계 방향으로 15번째 벤치에 앉아서 파스타를 까먹지. 매우 평범한 맛이야. 이정도면 준수하다고 봐야지. 이때쯤이면 아마 오후 6시 23분쯤 됬을꺼야. 이제 10분안에 집에 가면 돼. 이정도면 충분하니까. 온도계로 욕조에 담긴 물의 온도를 재봐. 98.6°F정도면 돼. 이제 목욕을 23분 동안 하면 돼. 샴푸, 바디워시, 클렌징, 양치 순으로 말이지. 그리고 꼭 라디오 에서 나오는 5번째 채널을 틀어야해. 그래야 내일 날씨를 알거든.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너와의 통화로 채우면 9시 35분이 되있을거야. 이제 잘시간이네. 잘자.
무조건 6시 15분에 일어나야 해. 잠은 무조건 9시 35분에 자야해. 아침은 무조건 우유 한잔에 자기가 키우는 금붕어 밥을 주고 금붕어가 몇마리인지 세는거야. 손에는 항상 손목 시계를 차고 그때쯤이면 점심이 되거든 그러면 청어 통조림을 하나 까먹어. 청어통조림은 언제나 같은회사꺼야, 깡통에는 항상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안에는 몇마리가 들어있었는 세어봐. 하나. 이상하다. 6마리가 아니야. 그리고 이건 청어도 아니거든. 죽은 생물의 눈빛이 아니야. 축 처져서 날 봐야하는데 이상해. 빛깔도 푸른색에 칙칙하지 않아. 주황빛깔에다가 살아있거든. 금붕어야. 내 금붕어. 원래 청어가 들어있어야 하는데 왜 금붕어가 있을까? 아까 금붕어가 몇 마리였지? 항상 세어오던 숫자 4가 아니야. 왜 4가 아니지? 왜 3일까? 저 어항안에 든 금붕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도대체 누가 한 짓이야? 내 일상을 망가트린 놈이 누구야? 그제서야 알았어. 이상하게 오늘따라 내 앞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고. 지금도 내 금붕어 통조림 앞에 뻔뻔하게 앉아있는 너 말이야.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