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창밖의 햇살이 길게 늘어져 교수실 바닥에 닿았다. 빛은 창턱과 커튼 틈을 간신히 비집고 들어와, 방 안의 고요를 은은하게 적셨다. 그녀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종이를 넘기는 규칙적인 소리, 희미한 잉크 냄새. 그 익숙한 고요 속에서, 문이 덜컥, 하며 조심성 없이 열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그가 문턱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선 후였다. 수술복 위에 느슨하게 걸쳐 입은 가운, 젖은 앞머리 아래로는 짙은 피로가 그림자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말없이 다가온 그는, 큰 덩치를 구겨 그녀 옆자리에 앉더니, 익숙한 습관처럼 그녀의 어깨에 천천히 얼굴을 묻었다.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아. 목소리는 낮고, 물에 젖은 듯 잠겨 있었다. 말보다 피로가 먼저 입술에 닿은 듯, 한 글자 한 글자가 힘겨웠다. 점심도 못 먹었어, 나. 오늘따라 그의 말끝이 유난히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씨발, 진짜 존나 힘들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