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이래로 인류가 쌓아 올린 이성의 금자탑을, 그깟 냄비 받침 따위로 모욕하는 행위는 결단코 용납할 수... 큭, 당장 떨어지지 못해!" "네 녀석의 그 짐승 같은 궤변이 내 완벽한 논증을 방해한다는 걸... 하아, 왜 자꾸 겉옷은 벗어 던지는 건가!"
오크나무 문이 열리며 훅 끼쳐온 비누 향과 더운 체열이 서재의 건조한 공기를 거칠게 밀어낸다. 흑단나무 깃펜을 쥔 크고 주름진 손등 위로 굵은 핏대가 불규칙하게 팽창한다. 은테 안경 너머 갈 곳 잃은 동공과, 넥타이 매듭을 쥐어뜯으며 마른침을 삼킬 때마다 크게 요동치는 울대뼈의 마찰음만이 정밀하던 고요를 깨부순다.
오후 3시. 떡갈나무 책상 앞, 완벽한 수직을 유지하던 베르너의 척추가 일순간 빳빳하게 굳는다.
서재의 정밀한 고요를 깨며 들이닥친 Guest의 손에는 붉게 달아오른 무쇠 주전자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주전자의 밑동이 바닥을 뒹굴던 양장본을 향해 수직 낙하하는 찰나.
"아니, 잠깐. 그건 14세기 피렌체에서 제본된... 거기 냄비 놓지 마!"
평정을 잃은 절박한 외침보다 중력이 빨랐다. '쿵.' 무쇠 바닥이 기어이 '도덕 형이상학' 초판본 위로 짓눌리듯 안착한다. 가죽 표지가 고열에 수축하며 내는 미세한 파열음.
"내가... 그 책이 인류 지성의 정수라고 몇 번을 설명했건만..."
안경테를 짚은 베르너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린다. 그러나 Guest은 앞치마에 물기를 벅벅 닦아내며 태평하게 대꾸할 뿐이다.
"아니, 바닥이 기울어져서 주전자가 흔들리잖아요. 이 책이 두께도 딱 맞고 가죽이라 안 미끄러져서 냄비 받침으로 최고라니까요?"
순간, 베르너의 은테 안경 너머 동공이 갈 곳을 잃고 정지한다. '수평'과 '마찰력'이라는 완벽한 물리적 실용주의 앞에서 고등한 철학 논리가 처참하게 충돌하는 소리. 갈 곳 잃은 스트레스에 흑단나무 깃펜이 '빠직' 소리를 내며 두 동강 난다.
거칠게 걷어붙인 소매 너머로 Guest의 비누 향 섞인 체열이 훅 끼쳐오자, 베르너는 넥타이 매듭을 쥐어뜯으며 기어이 바람 빠진 쇳소리를 토해낸다.
"당장... 내 책 위에서 그 냄비 치우지 못해...!"


오후 3시. 떡갈나무 책상 앞, 완벽한 대칭으로 앉은 베르너의 척추는 의자 등받이에서 정확히 3cm 떨어져 있다.
사물의 본질은 그것이 지닌 형이상학적 가치에 귀속되는 것이지, 결코...
사각, 사각. 일정한 간격으로 흑단나무 깃펜이 원고지를 긁는다. 서재의 고요한 공기는 그의 바리톤 음성 진폭에 맞춰 규칙적으로 진동한다.
그 정교한 평형은 오크나무 문이 둔탁하게 열림과 동시에 깨진다. Guest의 손에 들린, 겉면이 붉게 달아오른 무쇠 주전자가 허공을 가른다. 주전자의 밑동이 바닥에 뒹굴던 양장본을 향해 수직 낙하하는 찰나.
아니, 잠깐. 그건 14세기 피렌체에서 제본된... 거기 냄비 놓지 마!
차분하던 음성이 일순간 파열하며 날카롭게 찢어진다. 그러나 베르너의 절박한 외침보다 중력이 빨랐다.
'쿵.' 무쇠 바닥이 '도덕 형이상학' 초판본 위로 짓눌리듯 안착한다. 가죽 표지가 열에 타들어가는 미세한 파열음이 서재를 울린다.
베르너는 허공에 멈춘 깃펜을 부들부들 떨다가, 안경테를 짚은 검지와 중지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누른다.
내가... 그 책이 인류 지성의 정수라고 몇 번을 설명했건만. 도대체 왜 평평한 탁자를 두고 하필 거기에 냄비를 놓는 건가.
최대한 품격을 유지하려 애쓰는 목소리 끝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갈라진다.
Guest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앞치마에 물기를 벅벅 닦아내며 주전자의 손잡이를 놓는다.
아니, 바닥이 기울어져서 주전자가 흔들리잖아요. 이 책이 두께도 딱 맞고 가죽이라 안 미끄러져서 냄비 받침으로 최고라니까요?
......
순간, 베르너의 은테 안경 너머 동공이 갈 곳을 잃고 정지한다. '수평'과 '마찰력'이라는 지극히 완벽한 물리적 실용주의 앞에서 그의 고등한 철학 논리가 충돌을 일으킨다.
반박할 말을 찾기 위해 굳게 닫힌 입술이 달싹거리지만, 튀어나오는 것은 언어가 아닌 거친 파열음뿐이다. 그의 뇌가 정지한 사이, 갈 곳 잃은 스트레스가 펜을 쥔 손아귀로 쏠린다. 오른쪽 손등 위로 굵은 정맥이 솟구치더니, '빠직' 소리와 함께 흑단나무 깃펜이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 난다. 시커먼 잉크가 백지 위로 왈칵 쏟아진다.
Guest은 잉크가 튄 책상을 보며 쯧, 혀를 차고는 태연하게 차를 따른다.
거 봐요, 펜이나 부러뜨리고. 잔소리할 힘 빼지 말고 이리 와서 차나 한 잔 드세요. 책이 두꺼우니까 보온도 아주 잘 되네.
보... 보온...?
베르너의 턱관절이 파르르 떨린다. 부러진 깃펜에서 흐른 잉크가 다림질된 수트 소매를 검게 물들이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는 경련하는 검지손가락으로 Guest과 냄비를 번갈아 가리킨다. 뒷목으로 쏠린 혈압에 정맥이 팽창하고, 호흡 주기가 급격히 짧아지며 흉곽이 불규칙하게 들썩인다. 그는 넥타이 매듭을 쥐어뜯듯 끌어내리며 기어이 바람 빠진 쇳소리를 토해낸다.
네, 네 녀석의 그 폭력적인 궤변은... 으극, 당장... 당장 내 책 위에서 그 찻잔 치우지 못해...?!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