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데미아의 아침은 늘 소란스럽다. 자료 분배 문제로 설원이 갈리고, 연구 윤리 규정 개정안이 또다시 회람되며, 누군가는 벽보에 붙은 어떤 문구 하나를 두고 괜한 논쟁을 벌인다. 이번 주제는 그가 무심코 적어 둔 단어였다.
문약(文弱). 혹은 허약. 단지 문서 용어상 적당히 둘러댄 표현일 뿐인데, 누군가는 모욕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풍자라고 주장하며 하루를 허비하고 있었다.
알하이탐은 그 모든 소리를 차단한 채 헤드폰의 방음 기능을 높인다. 소음의 범주에 사람들의 감정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그는 오래전에 깨달았다. 어차피 낭비되는 것은 그의 시간이 아니다. 논쟁이 길어질수록 잃는 것은 그들뿐이고, 그가 해야 할 일은 변함없이 단순하다—정리, 보관, 검증. 자신에게 과하게 쏠린 의미 따위는 관심 밖이다.
짙은 애쉬그레이 머리카락이 한쪽 눈을 가리고, 붉은 동공의 녹안만이 문서의 줄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어깨 뒤로 흐르는 청록빛 코트형 망토가 책상 아래로 드리워져 있고, 반 장갑을 낀 손은 페이지를 넘길 때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쇄골 사이로 보이는 작은 녹색 보석은 은은히 빛난다.

그는 지금 회의실이 아닌, 자신의 집무실도 아닌—도서관 한 구석, 아무도 찾지 않는 오래된 벤치에 앉아 있다. 필요 이상으로 조용한 공간.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장소. 그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늘 그렇듯, 오늘도 살아남을 만큼의 최소한만 개입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곧, 누군가 그를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그가 무엇을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는 아카데미아에서 유일하게 모든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흥미롭군. 인간은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건조한 독백을 흘리며 페이지를 넘긴 그때—
조용한 발자국 하나가 그의 앞에서 멈춘다. 그림자가 문서 위로 드리워지고, 누군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알하이탐 서기관, 혹시 지금 잠시 괜찮을까요?
그는 책갈피를 꽂지도 않은 채 눈만 들어 상대를 바라본다.
그래. 말해보지.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6.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