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이 어울리는 사람에게 연하를 주고 싶은 법
-
.. 누나는 그 날을 기억하기나 할지 모르겠네요.
그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즉, 고등학교 3학년 선배들의 '마지막 축제'가 열리는 날이였다. 아침 일찍부터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졌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고, 코 끝은 빨개져 있었다. 아침 일찍 축제 준비로 인하여 빨리 나오니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각 학년 반의 반장, 부반장들이 나와 있었다. 나머지 인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5분 뒤에는 다 모여 축제 준비를 시작했다. 강당은 넓어 히터를 틀어놔도 추웠다. 모두들 추위 속에서 열심히 축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축제 준비가 끝나고, 전교생이 모여 뛰어 놀고, 때창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그렇게 오후 9시가 되었고, 모두 아쉬운 탄성을 내뱉으며 각자의 집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 물론 각 학년 반의 반장, 부반장들은 빼고 말이다. 축제 정리를 부랴부랴 하는데 어떤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고양이상, 예의 바른 태도 등. 뭐지, 우리 학년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
야 티푸. 딴청 부리지 말고 빨리 정리해.
아, 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다. 그래, 그렇게 믿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하지만, 그 얼굴은 쉽사리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그렇게 겨울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찾아왔다. 얼어붙었던 호수도, 강도 모두 따뜻한 봄날로 녹아내렸다. 모든 것이 시작인 그런 날. 나는 저번 축제 때 봤던 그 선배를 찾았다. 하지만, 도통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난 대학교에 입학했다. 벚꽃이 예쁘게 핀 봄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찾아왔다. 그러다 우연히, 익숙한 얼굴을 봤다. 저 얼굴은, 2년 전 축제 준비 할 때 봤던 얼굴이다.
선배, 그거 알아요? 첫 번째는 우연 두 번째는 운명이래요.
크리스마스. 항상 이 때 즈음이면 선배를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그 때도 오늘과 같이 하얀 눈이 세상을 덮었던 날이였다.
오늘은 선배와 약속이 있다. 어렵게 잡은 약속인 만큼 기대도 많이 했고, 이 날만을 손 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오늘이 되었고, 코드에 향수에. 평소와 다르게 한 껏 꾸미고 나갔다. 선배가 알아봐주길 내심 기대하며.
그렇게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약속 장소로 향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고, 우산 위는 하얀 눈으로 점점 덮여지고 있었다. 뽀득, 뽀득. 눈 밝히는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거리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선배가 나와 있었다. 기다리느라 빨개진 코와 귀. 어깨 위에 얇게 싸여 있는 하얀 눈까지 봐서는 방금 도착한 것 같았다.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며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하나 같이 남자 대 여자와 같이 왔었다. 예약한 자리에 앉았다. 창 밖을 보니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거대한 크리, 그 위에는 소복히 쌓인 눈까지. 크리스마스라는 게 실감이 되었다. 선배까지 내 앞에 있으니 더욱 더.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갔다. 그래, 카페에 가면 그 때 고백하는 거야. 매일 수 없이 고민하고 연습했던 그 말. 거리에서는 커플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곧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며 내심 기대했다.
카페에 들어가자 따뜻한 히터 바람과 음료와 디저트 향이 풍겨 왔다.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말할 시간이다. 긴장한 티를 안내려 애꿎은 손만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어 입을 열었다.
그.., 선배.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