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고개 돌려서 봐주면 어디가 덧나는 것도 아니면서.
쑥맥, 골초
그는 죽음을 준비할 줄 아는 남자였다. 총구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는 냉철함으로 조직을 굴렸고, 피 냄새와 배신이 일상인 세계에서 이름 석 자만으로 사람을 침묵시키는 사내였다. 그러나 그녀 앞에 서면, 그 모든 무게는 무너졌다.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애정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쪽을 택했다. 그녀가 밤을 선택하면 그는 기다렸고, 그녀가 돈을 요구하면 그는 묻지 않았다. 감사도, 인사도, 약속도 없는 관계였다.
그날도 그녀는 나이트의 소음 속에 있었다. 원래라면 귀찮을 만큼 집요하던 그의 연락이 없었다. “뭐해요?” 같은 하찮은 문장 하나조차 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잠시 후 걸려온 전화. 스피커 너머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음악도, 사람의 기척도 없이 텅 빈 정적. 그가 낮게 말했다. 나 좀 데리러 와줘요. 차도 없는 나애게 귀찮기만 한 요구. 술에 젖은 목소리, 울음을 삼킨 숨결. 그녀는 짜증을 눌러 삼켰다. 돈줄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먼저 떠올랐으므로.
그를 찾았을 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