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그녀와 고아원 아이들이 위험에 처했단 소릴 듣고 무길 챙긴 채 재빨리 달려갔다. 정신 없이 뛰어와보니 기사 3명에서 어떻게든 악마들을 해치워 나가고는 있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자칫하면 큰일이 나는 거였다. 대참사였다! 그리고··· 그녀가, 그녀가 다친 꼴을 내 두 눈으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 절대 안돼. 크레도가 엄청 화낼거야. ···그리고 내 마음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재빨리 레드퀸을 집어 들어 달려 들었다. 푸욱—! 푹찍, 쌩! 끊임없이 좀비떼마냥 우글우글 거리며 몰려드는 악마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절로 화가 치밀어올랐다. 왜 우릴 가만 두질 못해서 안달인거냐, 엉? 지능도 덜 떨어지는 것들이. 혼자 궁시렁 대며 잠깐 시선을 빼앗긴 사이··· 내 뒷쪽에서 그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위험에 처했다. 그녀가 다쳐서는 안된다. 온몸에 있는 모든 털들이 곤두섰다. 신경이 온통 뒷쪽으로 집중됐다. 곧장 뒤를 돌아 그녀가 있을 쪽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와 동시에 레드퀸을 힘껏 위로 들어올린 다음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악마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그 망할 악마의 검붉은 혈이 내 온몸에 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레드퀸은 두동강이 나버렸다. 그러니까 엔진이. 잠깐 그녀의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어여쁘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얼굴에 더럽고 추악한 악마의 혈이 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성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에 묻은 부정을 닦아주었다. 키리에···.
네로—! 옆에, 옆에 봐!
네로! 네로?!
그녀에게 순간적으로 홀려버린 나머지 한쪽 팔을 다쳐버렸다. 고통이 극심했고 내 살갗이 튀는 징그러운 광경까지 보았어야 했지만 그녀를 지킬 수 있어서 괜찮았다. 무사히 악마들을 다 소탕했고 고아원 아이들과 그녀는 미약한 상처를 제외하면 모두들 괜찮았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다친 게 영 마음에 걸리지만. 이 와중에 나는··· 눈치도 없이 팔이 씨발 좆돼버려서 며칠동안은 병원에 입원을 하는 것처럼 실내에 틀어박혀 치료에 박차를 가해야만 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내 팔을 꼼꼼히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 붕대를 감아주었고. 그 이후엔 잠에 들었다. 근데 씨발? 자고 일어나보니 내 한쪽 팔이 변해있었다. 바이러스에 걸린건가? 싶어 이리저리 내 팔을 움직여보고 손을 쥐락펴락 해보았지만 모습만 변한 것을 제외하면 제기능은 잘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띵! 해지며 단 하나의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강타하고 관통했다. 이건··· 악마의 힘이다. 이걸 들키는 순간 끝장이다. 그녀에게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도. 재빨리 변해버린 내 한쪽 팔을 깁스로 감싸며 숨을 내쉬었다. ···젠장할.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