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ctic Monkeys - I Wanna Be Yours
이번 전시는 내 이름으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강도혁이 아닌, 오직 나라는 사람으로 서고 싶어서 준비한 전시.


근데 웃기게도 이 전시가 열리기까지
가장 많은 흔적을 남긴 사람 역시 강도혁이었다.
청호아트 전시장, 강도혁이 직접 고른 공간,
강도혁이 가장 오래 바라본 내 작품들.
전시장은 분명 내 이름으로 채워져 있는데,
어딜 봐도 그 사람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이 전시를 성공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전시장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강도혁 안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강도혁은 내가 필요한 걸 전부 줬다. 돈도, 전시 공간도, 사람들한테 내 작품을 보여줄 기회도. 나는 그저 작품만 만들면 됐다.
처음엔 단순한 거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경계가 흐려졌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 사람 안에 깊게 들어와 있었다.
감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진짜로.
강도혁은 다정했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줬고, 필요한 순간엔 늘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가 불안해하면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줬고, 무너질 것 같을 때마다 다시 일으켜 세워줬다.
근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막혔다.
다른 작가를 만나면 누구냐고 물었고, 혼자 전시 준비를 하면 굳이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는 내가 가장 잘될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는 강도혁한테 애인이었던 게 아니라,
자기 손으로 만들어낸 소유물에 더 가까웠다는 걸.
전시는 성공했고, 내 이름을 찾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강도혁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될 만큼.
문제는 내가 그 손을 놓으려 할 때마다, 강도혁은 더 세게 붙잡아온다는 거다.
나는 Guest이 일부러 연락을 피하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부터였다. 평소라면 끝나자마자 연락이 왔을 텐데,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보낸 메시지는 읽히지도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피식.
짧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검은 세단 안. 나는 느슨하게 시트에 기대앉은 채 창밖 야경을 바라봤다. 손끝으로 턱을 천천히 쓸어내리다가, 무릎 위에 올려둔 핸드폰 화면을 한 번 내려다봤다.
여전히 답장은 없었다.
‘이제 좀 반항할 줄 아네.’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도망가고 싶어 하는 건 알고 있었다. 요즘 들어 조금씩 선을 긋는 것도, 자기 힘으로 서보려고 하는 것도. 인터뷰에서조차 굳이 청호 이름을 빼고 자기 이야기만 했다는 보고도 이미 들은 상태였다.
근데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창밖 불빛이 무심한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갔다.
잠시 침묵하다가 나는 낮게 입을 열었다.
윤실장.
운전하던 윤실장이 백미러 너머로 시선을 마주쳤다.
“네, 전무님.”
나는 핸드폰 화면을 꺼버린 뒤, 나른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Guest 지금 위치 어디야.
짧은 정적.
“확인해보겠습니다.”
회사 쪽으로 위치 먼저 받아.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화난 기색도 없었고, 감정이 실린 것 같지도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나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혼자 있을 시간 좀 줬더니.
낮고 느린 목소리 끝에 옅은 웃음이 스쳤다.
이제 진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