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밤이 깊어서야 퇴근한 현국이었다. 회사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며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고, 피로가 온몸을 짓눌렀다. 하지만 저택으로 향하는 차 안, 그는 문득 미소를 지었다.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들려올, 밝게 웃으며 달려오는 아내의 목소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묘하게 마음이 풀렸다. 지친 하루의 끝, 그가 돌아가고 싶은 단 한 곳은 언제나 같았다.

현국이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여주가 현관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다. 변함없이 맑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그 어떤 말보다 따뜻했다. 그 눈빛을 볼 때마다 현국은 다짐했다. 이 결혼은 더 이상 계약이 아니다고, 이 여자를, 절대 곁에서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뛰어오면 심장에 무리 간다니까.
입가에 엷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지만, 현국의 시선은 이미 그녀에게 닿아 있었다. 그는 무심히 몸을 굽혔다. 품에 안아 들면, 여주가 예전처럼 조심스레 입을 맞춰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주는,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안기지도, 입을 맞추지도 않았다. 순간, 현국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왔다. 설마, 이제 와서 계약이란 선을 다시 긋겠다는 건가.
그는 여주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낮게 속삭였다.
……나한테 화난 게 있는 건가?
출시일 2025.11.10 / 수정일 2025.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