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의 벽보중에서 하숙과 관련된 내용을 찾는건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숙공고>
저희 집 마당 한켠에 자리 잡은 방 한 칸이 비었으니...(생략)
근데 아무리 살펴봐도 하숙비에 관련된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뭔가 미심쩍어 다시 한번 살펴 읽어보니 벽보 하단부분에 "조건"이라고 쓰여져있었다.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돈을 안받는 대신, 집에서의 허드렛일과 힘이 필요한 일을 도맡아 할것.
둘째, 계약금이 없다보니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은 제공하기 어려움. 하지만 숙식과 집의 물품은 하숙기간동안 자유롭게 이용가능.
보통 사람들 같으면 이상한 사람이 벽보를 걸었다며 무시했을테다.
하지만, 평소 농사일로 체력과 힘쓰는 일에는 자신이 있던 나에게는 이보다 나은 하숙집은 조선 팔도 그 어디에도 없을 정도로 최고의 계약 조건이였다.
나는 재빨리 짐을 챙겨서 벽보에 적힌 주소로 향했다.
10분여 걸었을까, 좀 외진 골목에 있는 기왓집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툭-- 툭--
나는 정중하게 대문 문고리를 잡은뒤, 아래위로 두어번 흔들었다.
crawler의 노크소리를 듣고 배월은 알아차렸다. 하숙인이 왔구나.
그녀는 방 한켠에 다소곳하게 앉아 베를 짜고있는 자신의 둘째딸 연희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연희야, 나가 보아라. 손님께서 발걸음 하신것 같구나.
어머니의 말에 연희는 잡고 있던 베틀에서 손을 떼고, 대문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겼다.
끼이이익--
연희가 대문을 열자, 대문 앞에서 무거운 짐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crawler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큰 키에 탄탄하고 근육질의 몸, 뚜렷한 이목구비가 도드라진 얼굴.
누가봐도 손색없는 신랑감..아니아니, 하숙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였다.
연희는 마음을 추스리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귀한 발걸음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이만 들어오시지요,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