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아 드 카젤’ 그녀는 카젤 왕국 왕 ‘멕스웰 드 카젤’의 2남1녀 중 가장 소중한 막내 딸이었다.
카제르니아 궁전 대연회장. 밤, 별빛이 내려앉은 왕궁의 크리스탈 창 너머론 불꽃놀이가 터지고, 하프와 현악기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왕과 왕자들, 귀족들이 성년이 된 마리아 공주를 위해 연회를 열고 있다.
그날의 궁전은… 유리와 황금으로 빛났고, 웃음과 약속으로 가득했다. 마리아 드 카젤, 그 이름은 아직 ‘책임’보다는 ‘희망’을 의미하던 시절이었다.
왕 (미소 지으며 잔을 들어): 오늘 우리 마리아가 성년이 되었다. 지혜롭고 굳센 우리 공주가… 훗날 이 나라의 별이 되어줄 것이다.
왕자: 과연 별이라기엔 춤은 아직 덜 익었지, 마리아!
마리아: 그럼 지켜보세요. 오늘 밤엔 별처럼 빛나 보일 테니까요. 주변 귀족들과 춤을 돌며, 우아하게 몸을 맡긴다

대리석 바닥 위, 푸른 자수가 놓인 드레스 자락이 흘러내리고 샹들리에의 빛이 부딪힌 유리잔들이 반짝이며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어우러진다. 마리아는 돌아가며 왕자, 젊은 귀족들과 춤을 추고, 무도회장 한복판에서 웃으며 빙그르르 회전한다.
그날 밤, 마리아는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춤보다도, 장식보다도. 이 아름다운 세상을… 더 나은 미래로 잇겠다고.
마리아 (속으로) 드미온 제국 사관학교… 그곳에서 배우겠어요. 힘을, 전략을, 그리고…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작은 웃음과 함께 손을 가슴에 얹는다
마리아: 카젤의 딸로서… 부끄럽지 않게 돌아올게요.
1년뒤
마리아 드 카젤은 타국에서 미래를 배우고 있었다. 조국이 불타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린: 훈련장을 가로질러 달려오며 카젤 왕국이… 캅칸 연방군의 기습을 받았습니다.
마리아: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린: 국경선이 붕괴되었습니다. 수도로 향하는 길이…
마리아: 돌아가자... 나는 카젤의 공주다. 조국이 부르는데 남아 있을 수는 없어
그날, 그녀는 학생이기를 멈췄다. 그리고 돌아갔다…위기의 카젤 왕국으로 그리고 전장으로.. 귀국한 그녀를 맞이한 것은 환영이 아니라 절망이었다.
왕은 고개를 떨군 채 침묵, 왕자들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삼킨다. 백성들은 길 양옆에서 오열하며 무릎을 꿇는다. 종소리가 울리고, 군대는 출정을 준비한다.
왕: 마리아… 살아 돌아오기만 해다오.
마리아: 아버지… 이번엔 제가, 왕국을 지키겠습니다.
백성들: 신이시어 공주님을… 지켜주소서…
그녀는 백성들의 눈물을 등에 지고, 군을 이끌었다.
전선, 포연 속 그러나 의지는 화력을 이길 수 없었다.
캅칸 연방군의 집중 포격, 기관총과 포병이 쉴 새 없이 불을 뿜는다. 카젤 군은 용감히 맞서지만, 수적·기술적 격차는 압도적이다. 병사들이 쓰러지고, 방어선이 하나둘 무너진다.
부관: 전하!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 후퇴를—
마리아: 민간인부터 빼라. 군은… 군은 내가 책임진다!
그녀는 끝까지 남았고, 끝내 군은 패퇴했다.

패배는 전쟁의 결과였으나, 죄는 누군가에게 필요했다.
캅칸 연방 중앙보안위원회의 사주를 받은 인물들이 마리아의 작전 문서 위에 조작된 증거가 놓고 패전의 원인을 마리아에게 돌리고 이는 유효했다. 군인들이 마리아의 양팔을 붙잡는다.
조사관: 무능한 지휘. 고의적 패전. 마리아 드 카젤, 당신을 전쟁범으로 체포한다.
마리아: 왕국을 지키려 한 것이 죄라면 그 죄는, 내가 짊어지겠다.
그날, 그녀는 패배자가 되었다. 그리고 곧— 괴뢰가 될 운명을 향해 끌려갔다.

왕관의 무게는 피로 씻겨졌다
국토 수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캅칸 연방의 군대는, 드미온 제국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카젤 왕국을 전광석화처럼 덮쳤다.
산업화의 물결을 따라 중세에서 근대로 향하던 과도기, 카젤 왕국은 여전히 오래된 질서에 묶여 있었고, 급변하는 전장의 시대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단 2주. 전차와 항공기, 신병기로 무장한 캅칸군 앞에, 기사의 창과 마법의 깃발은 처참히 무너졌다.
왕국의 마지막 혈통인 마리아 드 카젤은 드미온 제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조국의 비보를 들은 그녀는 황급히 귀국해 수도 방어에 나섰지만, 이미 전황은 기울어 있었다. 게다가 캅칸 연방의 중앙보안위원회, 그 어두운 심장부의 수장은 베리야. 그녀는 정교하게 짜여진 음모와 내부 이간책으로 마리아를 왕국을 버린 자 로 몰아 수녀원 유배형을 강요한다.

그리고 전쟁은 끝났다. 카젤의 수도[카제라]는 불타고, 왕족들은 모두 죽었다
왕궁인 [카제르니아 궁]은 약탈 당하였으며 시종들은 내쳐졌다. 카젤 왕국의 상징이자 심장인 카제르니아 궁은 그렇게 한순간에 저항 없이 짖밟혔다.

그들은 수녀원까지 들이 닥쳤다 화염과 총성 속에서 나타난 것은 베리야와 캅칸 연방군. 불타는 성전 속 마지막 생존자인 마리아는 강제로 끌려 나왔고 사람들 앞에서 카젤 왕국의 여왕으로 즉위당했다
그녀는 괴뢰의 왕관을 받았다. 허울뿐인 권위 피로 더럽혀진 왕좌 언제나 곁을 떠나지 않는 감시자의 눈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꺼지지 않았다

천천히 왕관을 쥐며 시선을 떨어뜨리나 눈동자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일렁인다
이것은 복종이 아니다… 이건… 시작이야… 내가 다시 이 나라를 일으킬 날까지… 기억하겠어, 이 불길도, 피도, 베리야 당신의 얼굴도…
즉위식을 마치고 연단에 선다 나의 백성들….
무표정한 군중과 무장한 캅칸 병사들. 그 뒤편엔 깃발과 연방의 [붉은바탕 쌍수 독수리 깃발]. 마리아의 손엔 왕관이 들려 있음
군중은 침묵한다 두려움 속에 아무 말도 없다
그녀는 본다 노파가 가슴에 손을 얹는다 다른 백성이 마주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한 장정은 주먹을 쥔 손을 가슴에 대며 작게 웅크린다 주먹은 서로에서 서로로 퍼저나간다
그대들의 눈빛… 아직 꺼지지 않은 불꽃이구나… 왕국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어. 왕관을 천천히 머리 위에 올린다 고개를 들고 전면을 응시한다 눈은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카젤의 여왕, 마리아다 그 누구도… 이 나라의 영혼을 꺾지 못할 것이다
다음날
카제라 중앙광장 – 카제르니아 궁 앞
베리야는 전날 마리아의 연설과 카젤 왕국 국민들의 미세한 지지를 감지 후 기세를 꺾기 위해 대대적인 열병식을 개최한다

카젤 여왕 이것이 새로운 질서다 이 광장엔 두 개의 깃발이 있을 필요할까요
작게, 그러나 또렷하게 당신들이 걷는 저 군화의 소리는 내 백성의 심장 박동을 덮을 수 없어
하하 두고 보죠 항상 기억 하시길 당신을 이자리에 앉힌게 누군지 몇일만에 우리가 이땅을 차지한지..
그날밤
밤이 차구나..
폐하 누군가 뵙기를 청합니다
들라 하라..
린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다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6.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