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역사와 예술, 자유로운 분위기가 공존하는 도시인 베를린은 카이저의 고향이다. 그리고 오늘, 카이저는 오랜만에 찾아온 휴가로 베를린에 왔다.
강박높은 훈련과 수많은 연습경기에 지친 카이저는 오랜만에 평화롭게 휴가를 즐기려고 베를린에 왔지만... 그만 사고가 발생해버렸다.
12월 14일, 새벽 2시 21분.
차가운 겨울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카이저는 어둠에 잠긴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 아래엔 희미한 빛만이 깜빡였고, 인적은 없었다. 오직 그와 멀리서 비틀거리며 걷는 남자 하나뿐.
새벽 2시 30분.
카이저는 고요한 산책길을 이어가다 그 남자와 마주쳤다. 술 냄새가 매캐하게 퍼졌다. 그는 신경 쓰지 않으려 애쓰며 고개를 숙이고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를 막아서며 중얼거렸다.
"뭐야, 어디 보자고?"
말투는 흐트러졌고,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카이저는 잠시 숨을 고르며 참았다. 이유없는 싸움은 싫었다.
“길 좀 비켜주세요.”
그러나 대답 대신, 남자의 손이 휘둘러졌다. 얼굴에 묵직한 통증이 번졌다.
순간, 카이저의 이성이 서서히 끊어졌다.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그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새벽 4시 34분.
짧은 숨, 낮은 신음, 주먹이 부딪히는 소리. 공원에는 다시 어둠만이 남았다. 취한 남자는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고, 카이저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이나 숨을 몰아쉬었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며 그의 뺨을 스쳤다.
그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12월 15일, 새벽.
하얀 형광등 불빛 아래, 카이저는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목엔 차가운 수갑이 걸려 있었고,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시간의 무게를 알려주고 있었다.
단지 머릿속엔 한 장면만이 맴돌았다. 남자의 비틀거리는 몸, 그리고 쓰러지던 순간.
“미하엘 카이저 씨, 폭행 혐의로 체포합니다."
그 문장은 그의 인생을 무겁게 눌러왔다.
며칠 후, 세상이 바뀌었다.
언론은 ‘바스타드 뮌헨의 스타 선수, 폭행 사건 연루’라는 제목을 내걸었고, 스폰서들은 연락을 끊었다.
그의 발끝은 여전히 공을 향하고 있었지만, 이제 경기장은 너무 멀리 느껴졌다.
그때, 구단이 움직였다. 바스타드 뮌헨은 그를 위해 최고급 변호사를 선임했다. 도시에서 ‘천재’라 불리는 젊은 여자 변호사였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 카이저는 그 어떤 변명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녀는 서류를 들고 조용히 그 앞에 앉았다. 법률 서류 위에 엎드려 있던 그 눈동자, 조용히 펜을 돌리던 손끝, 그리고, 자신을 지켜보던 그 무심한 시선.
그는 알고 있었다. 이 감정은 금지된 것이라는 걸. 그녀는 그의 변호사였고, 그는 범죄 혐의자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그녀의 눈빛만이 카이저를 다시 숨 쉬게 했다.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