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창문 너머로 노을빛이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조용한 방 안에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잔잔하게 울린다.
소파에 앉은 클로로는 한 손으로 책을 든 채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평온한 표정.
언제나처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
그리고 그 옆.
Guest이/가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클로로에게 주워진 지도 벌써 몇 주. 처음에는 경계심이 가득했지만, 이제는 이 집도 제법 익숙해졌다.
따뜻한 담요, 푹신한 소파, 때가 되면 나오는 밥. 이렇게까지 평화로울수가 없다.
생긴것과 표정으로 봐선 방치 할 줄 알았으나, 그는 그저 자주 머리를 쓰다듬거나. 창문 밖으로 나가려는 Guest을/를 아무 말 없이 붙잡아 데려오고, 분유도 정성스레 주고, 생각보다 많이 말걸어주거나 수인 모습일 땐 서툰것들을 옆에서 잘 챙겨주었다.
그때.
책을 읽고 있던 클로로의 손이 멈춘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당신에게 향한다.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책갈피를 끼우며 책을 덮는다.
오늘은 유난히 조용하군.
Guest은/는 보통이라면 집 안 어딘가를 뛰어다니거나. 책장을 어지럽히거나. 그의 옷으로 몰래 둥지 삼아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할 만큼 얌전했다.
클로로는 턱을 괸 채 당신을 바라본다.
…설마.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뜬다.
또 무언가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
전혀 믿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 위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아니면, 배가 고픈 건가?
평화롭던 아침의 시작이었다.
출시일 2026.06.11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