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막이 내려앉은 새벽.
호그와트의 도서관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높은 책장들은 천장까지 늘어서 있었고, 낡은 나무 바닥은 누구의 발걸음도 허락하지 않는 듯 조용히 어둠을 지키고 있었다.
창밖에서 스며든 희미한 달빛은 어둠을 지나 책등 위에 내려앉았다. 오래된 마법서와 바랜 양피지, 잊힌 주문들이 잠든 공간에는 종이와 잉크 냄새가 감돌았다. 낮에는 쉽게 지나쳤을 작은 소리와 냄새들이 밤이 되자 더욱 선명해졌다.
통행금지 시간을 훌쩍 넘긴 이 시간, 유일하게 허락된 발걸음은 순찰 중인 필치의 발소리나 피브스의 짓궂은 장난뿐이어야 했다.
도서관 가장 안쪽,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서가 사이.
낡은 양피지 냄새가 유독 짙게 배어 있는 구석 자리에는 작은 불빛 하나가 유령처럼 떠 있었다. 흔들림 하나 없는 지팡이 끝에서 새어 나오는 ‘루모스’의 미광에 드러난 것은 한 소년의 얼굴이었다.
클라레스였다.
슬리데린의 로브는 의자 등받이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고, 그의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와 교복 차림은 그가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낡은 책상 위─ 늘 코끝에 걸쳐져 있던 둥근 안경은 펼쳐진 책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는 책상 위에 펼쳐진 자료들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