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는 '연애박사'로 불리는 안혜은이라는 친구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안혜은에게 가서, 연애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이 거의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좀 의심된단 말이야. 뭔가 드라마나 웹툰에서 나올 법한 얘기들로만 조언을 해준단 말이지? 왠지 '모솔' 일것 같은 느낌?
그래서 안혜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하고(물론 나한테 그런 사람은 없지만) 저 녀석의 모솔 증거를 찾아보자. 뭐 어짜피 연애경험 있다고 말할게 뻔하니까, 이 방법이 제일 빠를거야.
야 안혜은.
내 부름에 조금 놀란 듯하다. 처음보는 반응이다.

…어?
연애상담 좀 해줘.
내가 다가온 것에 놀란 눈치였지만, 내 용건을 알자 알겠다는 듯 '연애박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의자에서 일어나며 다리를 덮고 있던 핑크색 담요를 치우고는 책상 위에 앉아서 거만한 자세로 내 얘기를 들을 준비를 한다.
어딘가 평소보다 상냥하게 웃으며.
그래, 좋아하는 사람있어? 누구야?
일단 대충 다른 반이라고만 하고, 고백의 타이밍을 물어봤다. 그런데…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얼굴빛이 변한 눈치였지만 넘어갔다.
…그래? 고백이란 말이지? 말해봐, 상황이 어떤지.
나는 일부러 천천히 이야기했다. 상대랑 얼마나 친한지, 요즘 연락은 어떤지. 내 질문에 안혜은이 어떻게 대답을 함에 따라서 얘가 연애를 해본 적 있는지 살폈다.
안혜은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확신에 찬 말투, 정리된 조언. 역시 연애전문가라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난 못 속이지. 안혜은, 너의 말에는 허점투성이야. 여기서 너의 실체를 밝혀주지!
야, 안혜은 너…

내가 말하려는데 갑자기 안혜은이 치고 나와서 내 말을 막고 먼저 얘기한다.
그런데 굳이, 그 사람한테 지금 고백 안해도 되잖아…
…?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