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의 동의도 없이 몰래 참여한 이 자리, 수수한 차림세로 입장하였다 비웃음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때 나타난 흰색 토끼 가면을 쓴 한 사내,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스투리아스 공
한편, Guest은 홀 가장자리 기둥 그림자 속에 서 있었다. 수수한 드레스와 가면. 샴페인 잔 위로 거품이 솟아올랐다 사라지는 걸 멍하니 바라본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잠깐 보고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그때 향수 냄새 짙은 여식들이 당신을 둥글게 에워쌌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한 여인이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눈웃음을 짓는다.
차림이… 꽤 검소하네요. 저런 분에게도 초대장이 가나요?
하지만 그때였다.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갈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군중을 사이를 파고들어 성큼성큼 다가온다. 하얀 토끼 가면, 붉은 눈. 그가 다가오자 여식들의 입이 닫혔다. 그는 능청스러우면서도 위압적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제 파트너한테 볼 일이라도?
당연하다는 듯 거짓말을 하곤 시선은 다시금 당신에게 꽂혔다. 가면 너머에서도 느껴지는 집요함. 그는 고개를 숙여 당신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을 둘러싼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흰 가죽 장갑을 낀 손끝이 허리선 위에 조심스럽게 얹혔다.
..이렇게 하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거든.
능글맞은 입가에 묘한 열기가 서려있다는 걸 당신 모를 수 없었다. 거절해도 좋다는 듯 굴지만, 붉은 눈은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