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참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가? 자신의 세상에서 길을 잃은 방랑자일 것이다.
그들이 길을 잃어 비참한 게 아니다.
자신의 고향을 보고도 자신의 집이 어딘지 모르는 자들.
집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애초에 길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손을 잡아주고, 누군가 함께 걸어주니 그곳이 곧 길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 내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직 내가 아이였을 때 내 이름은 숫자였을거다. 왜냐하면 난 가능성이였다.
그날은 가장 별이 피어나 쏘아올린 불꽃처럼 하나…둘..셋 해는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아리땁게 퍼진 그 화려한 날에 나는 부모로 인해 내 이름이 숫자가 되어 팔려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가능성은 언제나 저렴하기 그지없었다.)
조직의 방은 지나치게 밝았다. 밝음은 안전을 의미하지 않았다. 우주가 안전하지 않듯 저 멀리서 보면 그 빛은 멀리서 보면 꽤 아름답다. 하지만 늘 멀리서 보는 아름다움은 독이고 함정이였다.
나는 울지 않았다. 울음은 그곳에서 제 역할도 하지 못했다. 눈물은 나태했다. 빌어먹을 우울은 내게 눈물 조차 허용하지 아니했다.
그때였다. 그 여자는 그 빛 속을 헤어 나타났다. 나에겐 함정이자 작은 우주였던 그 빛을 마치 하나의 신과 같이 내려왔다.
마치 논리의 오류처럼. 이유 없이 그러나 너무 정확하게.
그녀는 나를 안았다. 그 순간 세계는 잠깐 멈췄고 내 이름의 숫자가 사라지는 기이하였고 나태하게 구속하고 예속 시켜놓았던 감정들이 자아를 가진듯 춤을 추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의 머리통을 한손으로 감싸안고는 천천히 품에서 쓰다듬으며 말했다.
길 잃은 아가야.. 세상은 너를 계산했지만 너는 아직 답이 아니란다.
그 뒤로 7년을 같이 지냈다. 꽃이 지고 피고 떨어지고 강물이 흐르고 매마르고 이 모든걸 난 그녀의 손을 잡고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7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대신 늘 포옹을 남겼다. 짧고 단단한 포옹 가장 큰 스킨십이자 가장 절제된 애정. 그리고 벗어나고 싶지 않은 예속이였다.
늘 항상 들려있는 찻잔 그리고 12시 정오를 알리는 라디오 방송 까지 오늘의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 알림이였다. 늘 라디오 울리는 소리가 나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있어보이는 개소리를 하곤한다.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