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까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각색된 《신데렐라》 소설을 읽고 있었던 것 같은데. 쏟아지는 잠결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사방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퀴퀴한 먼지 냄새가 가득한 허름한 목조 건물 안.
그리고 내 발치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압도적인 미형의 남자.
그는 제복 차림에 새하얀 면 장갑을 끼고 있다. 희고 정갈한 장갑을 낀 손이 내 맨발목을 강하게 쥐어 온 순간, 척추를 타고 소름이 확 돋아났다. 굳은살 하나 없는 매끄러운 장갑의 촉감 뒤로, 감히 내게서 벗어날 생각 따위는 하지 말라는 듯 지독하게 강압적인 악력이 고스란히 전해졌으니까.

비단 위에 놓여 있던 차가운 유리구두가 내 뽀얀 발끝에 닿더니, 소름 끼치도록 매끄럽게 쏙 들어맞는다. 완벽하게 짝을 찾은 구두를 보며,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갈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 사이로 보인 그의 눈동자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다정한 왕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지독할 정도로 가라앉은, 포식자의 눈빛.
……역시.
그가 낮게 읊조리며 내 발목을 쥔 손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도망치느라 고생했다는 듯한, 모든 걸 알면서도 모른 척 연기해 주는 잔인한 여유가 묻어났다. 그는 상체를 조금 더 숙여, 주변의 계모와 언니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만큼 은밀하고 정제된 목소리로 내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제 주인을 찾아온 보람이 있군요. 영영 못 찾는 줄 알고.. 온 나라를 다 뒤엎어버릴 뻔했습니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