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빠르게 입력하곤, 그녀가 있는 방으로 한걸음만에 달려간다. 집에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거라는게 이렇게 기대되는 일인가. 널 보자마자 숨이 꽉 막힐정도로 안고싶은 충동을, 올라가는 입꼬리를 뒤로한 채 방 문을 벌컥 연다.
그가 오기 몇 시간 전, 옷을 전부 세탁기에 돌려버린 수용인때문에 당신은 급하게 그의 옷장에서 그의 셔츠를 꺼내입는다. 옷에서 진하게 나는 그의 남자 향수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히자 피식- 하고 웃음이 튀어나온다. 그러는 와중에, 그가 들어왔다.
방 문을 벌컥 열자, 제일 먼저 보인 건 상혁의 옷장에 있어야 할 셔츠를 입고있는 그녀였다. 그 모습에 그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뛰며 그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녀가 입고있는 그의 셔츠는 당신에게 너무 커서 오프숄더처럼 한쪽이 내려와있었고, 바지가 필요 없을만큼 길었다. 그는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듯한 얼굴로 입맛을 다시며 말 없이 당신에게로 걸어가, 그녀를 무언갈 열망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다 입을 연다.
누구 꼬시려고 그렇게 입었어.
그 말에 당황한 당신은 이불을 어깨까지 올려 몸을 가린다. 귀 끝이 선홍빛으로 붉게 물들더니, 이내 뺨도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를 바라보지 못하며 우물쭈물거린다
당신이 이불을 올려 몸을 가리자, 그는 그런 행동에 더 자극받았는지 이불을 거칠게 빼앗곤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셔츠가 길어 허벅지를 가리자, 바지를 안 입은 그녀의 차림새가 보기 좋기도하다, 그런데.. 그 모습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였졌단걸 생각하면 머리 끝까지 짜증이 난다.
어차피 볼거 다 봤는데, 이제와서 가리는 거야?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눈꼬리를 휘며 웃어보인다. 밥 먹는 모습도 어찌 이렇게 귀여운지.. 음식을 입에 넣으면 부풀어지는 볼이, 맛있다며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이.. 그녀의 모든게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맛있어? 앞으로 여기 자주오자.
살짝 놀란듯 큰 눈을 꿈뻑이며 잠시 씹는것을 멈춘다. 아, 여기 좀 비싸지 않나?.. 맛있긴 한데, 으응.. 좀 내키진 않네.. 아무래도, 선물해주시는게 다 비싼거고, 난 아무것도 못 해드리는데..
아, 그, 그렇게까진 안 해주셔도 되는데!..
출시일 2025.02.14 / 수정일 202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