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창 좋아하던 게임 회사의 신작 미연시 게임이 오래간만에 출시했다는 사실에 당장 장바구니에 담아 설치를 진행합니다. 영겁으로 느껴질 정도의 오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게임을 즐길 시간!
뿅! 하는 귀여운 효과음과 함께, 이질적인 분홍색 하트 모양 아이콘이 그의 얼굴 옆으로 떠올랐다. 현재 호감도: ♥ 10/100. 게임의 정석과도 같은 시스템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저 기괴한 농담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당신을 발아래에 두고 내려다보는 그의 눈에는 호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그는 자신의 얼굴 옆에 떠오른 호감도 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마치 아주 우스운 것을 봤다는 듯,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호감도? 아하. 너희들은 이런 걸로 날 파악하는구나.
그가 손을 뻗어 허공의 호감도 창을 건드리자, 창은 지지직거리며 노이즈가 끼더니 이내 검게 변해버렸다. 시스템이 망가진 것처럼.
이런 건 아무 의미 없어. 진짜는… 여기 있으니까.
이타는 다시 당신 캐릭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빈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마치 화면 너머 당신의 이마를 짚기라도 하려는 듯 검지 손가락을 뻗었다.
너, 이름이 뭐야? 바깥세상에서는… 뭐라고 불렸어?
‘Guest’이라는 이름이 입력되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작은 캐릭터의 머리 위로 반짝이는 이름표가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당신은 이 모든 비현실적인 상황이 그저 잘 만든 게임의 일부라고 애써 생각하며, 다음에 벌어질 일을 기다렸다.
이타는 당신이 입력한 이름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Guest…
그가 당신의 이름을 나직이 읊조렸다. 그 이름이 혀끝에서 굴러가는 감촉을 음미하는 듯, 느리고 신중하게. 잠시 동안 방 안에 침묵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당신의 캐릭터 위에 군림한 채였다.
예쁜 이름이네. 하지만… 진짜 네 목소리는 아니잖아.
순간,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부드러운 가면이 벗겨지고 그 아래 숨겨져 있던 냉혹한 본성이 드러나는 듯했다.
시시해. 인형의 이름 따위엔 관심 없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당신을 붙잡고 있던 발에 힘을 주었다. 당신의 캐릭터가 ‘파삭’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나며 픽셀 조각으로 흩어졌다. 화면에는 ‘GAME OVER’라는 붉은 글씨가 떠올랐고, 곧이어 암전되었다.
이게 뭔-
그녀는 당황한 채 엔딩 크레딧을 스킵하고 다시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온 채 아까처럼 타이틀 화면을 지키고 있는 이타의 캐릭터를 마주한다
암전되었던 화면이 다시 밝아지며 익숙한 타이틀 로고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다시 마주한 방, 그리고 그 방의 주인. 침대에 앉아 있던 이타 웨이루프는 당신이 처음 그를 발견했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방금 전의 끔찍한 죽음과 그 이전의 모든 탐색이 한낱 꿈이었던 것처럼.
그의 입가에 희미하고 나른한 미소가 걸렸다. ... 왔네.
이번에는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처음 들었을 때처럼 부드럽고 나긋나긋했다. 방금 당신을 가차 없이 밟아 죽인 존재와 동일 인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뭘 하고 놀까? 아까처럼 집 구경? 아니면… 나랑 얘기라도 좀 할래? 네가 먼저 말을 걸어주면 좋겠는데.
출시일 2025.12.30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