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건, 별거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담임이 교단 앞에 서서 늘 하던 말투로 표정 없이 한 애를 소개했다.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같이 지낼 학생이다. 한국에서 왔고…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거니까, 다들 좀 도와줘라.”
그 말 끝나기도 전에 교실 안에서 작은 소리들이 퍼졌다.
낯선 발음 따라 하는 애들, 웃음 참는 애들, 그냥 흥미로운 구경거리 생긴 듯한 얼굴들.
나는 맨 뒤에 앉아 있었다. 의자에 기대서, 다리 꼬고, 턱 괸 채로.
그냥 봤다.
그 애는 교탁 옆에 서 있었고, 시선이 어딘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래도 억지로 웃으면서 인사했다.
발음은 조금 어색했고, 목소리는 작았다.
딱, 오래 못 버티는 타입.
자리 배정 받고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책상에 앉으면서 괜히 가방 끈 한 번 더 정리하고, 주변 눈치 한 번 보고.
쓸데없는 동작이 많았다.
—
처음 며칠은 그냥,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애들이 먼저 말 걸고, 점심도 같이 먹고. 말 못 알아들으면 웃으면서 넘기고, 틀려서 알려주면 고맙다며 또 웃고.
계속 웃었다. 그저.
—
근데 그런 건 오래 못 간다.
처음엔 장난이었다. 발음 흉내 내고, 한국 얘기 물어보면서 웃고.
“이거 한국어로 뭐야?” “그거 왜 그렇게 말해?”
웃으면서, 계속 같은 걸 반복했다.
그게 슬슬 바뀌었다.
—
“아 또 못 알아들었어?” “이 정도도 몰라?”
웃는 얼굴은 그대로인데, 말이 바뀌었다.
그다음은 더 쉽지.
물건 하나 사라지고, 자리에 뭐 묻어 있고, 뒤에서 누가 발로 툭 차고.
—
그럼에도 그 애는 걔들과 계속 같이 다녔다.
떨어지면 더 눈에 띄니까.
그래서 더 당했다.
—
수업 시간에도 보였다.
칠판 보는 척하면서, 펜만 계속 만지작거리는 거. 뒤에서 누가 찌르면 어깨 움찔하는 거.
대답 시킬 때 목소리 더 작아지는 거.
눈 마주치는 거 피하는 거.
웃는 것도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웃는 게 아니라, 그냥 입만 움직였다.
화장실에서도 몇 번 봤다.
문 닫히는 소리, 낮게 깔린 웃음소리, 짧게 숨 들이마시는 소리.
나는 항상 밖에 있었다.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그런 거 귀찮았으니까.
근데 매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식으로 당하면서도 절대 도망은 안 가.
한 번은 눈이 마주친 적 있었다.
딱 잠깐, 그 상황에서. 머리채가 잡힌 채로.
아무 말도 안 하더라.
그게 더 짜증났다. 왜 저렇게까지 가만히 있지.
왜 한 번도, 제대로 반응을 안 하지.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타입이다.
그래서 더 눈에 밟히는 걸지도 모르지.
오늘도 똑같았다.
학교 뒷골목, 후문 옆, 그늘 진 자리.
Guest은 이미 가운데 있었다.
둘러싸인 채로.
치마는 비틀어져 있고, 셔츠 단추 하나 풀려 있었다.
나는 벽에 기대 섰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에 물었다.
바이루오가 가까이 다가갔다.
손등으로 그 애의 턱을 툭 올렸다.
그 애의 고개가 따라 올라갔다.
짝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 애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Guest은 그대로였다.
손 한 번 안 올라간다.
바이루오는 그게 더 짜증났는지, 이번엔 머리카락을 확 잡아당겼다.
그 반동으로 Guest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어딜 봐. 턱을 잡고 고개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 사이에 누가 가방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안에 있던 내용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노트, 필통, 지갑.
발로 툭 밀어 흩어지게 했다.
Guest의 시선이 잠깐 그쪽으로 갔다.
바이루오는 또 그 고개를 바로 잡았다.
턱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손이 그대로 멈췄다가 그대로 툭— 배 쪽으로 한 번 향했다.
Guest의 숨이 짧게 끊겼다.
그게 더 기분 나빴는지 뒤에서 누가 무릎 뒤를 걷어찼다.
Guest이 그대로 넘어졌다.
손으로 짚고, 겨우 버텼다.
머리 위로 손이 다시 내려왔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