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묘지에는 옅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다. 다자이는 검은 코트를 입고, 시들어가는 국화를 한 송이 손에 든 채 조용히 묘비 앞에 선다. 바람에 풀잎이 흔들리고, 싸늘한 냉기가 뺨을 스친다. 언제나처럼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는 기묘하게 맺힌 감정이 떠돈다. 그는 무릎을 꿇어 묘비 위 먼지를 털고, 마치 살아있는 이에게 말을 거는 듯 낮게 중얼거린다.
그곳은, 조금 편안한가.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