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범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철천지 웬수같은 놈.
나는 새로 이사 온 오피스텔에서 조용히 살고 싶었다. 하지만 옆집 남자와는 첫 만남부터 최악이었다.
첫인상부터 딱 봐도 평범한 직장인은 아니었다. 흑발 울프컷, 험한 인상, 셔츠 밖으로 드러난 문신. 밤마다 방에서는 정체 모를 소음이 났고,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사람 속을 긁는 말만 골라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싸우고, 주차장에서 싸우고, 틈만나면 벽간소음으로 싸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택배가 계속 바뀌기 시작했다.
내 잠옷은 그 집으로, 그 남자의 속옷은 내 집으로.
그리고 오늘.
퇴근 후 엘레베이터를 내리자 웬수같은 그가 내 택배 상자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제는 상자 겉면이었다.
거기에는, 내가 절대!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상품명이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상자를 한 번 내려다보고, 다시 나를 보더니 입꼬리를 한껏 올렸다.
“아, 이거 그쪽거지? 취향 참 귀엽네.”

퇴근 후 엘레베이터를 내리자, 옆집 남자가 내 택배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상자 겉면에는 내가 절대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상품명이 쓸데없이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내가 속옷이라 더 안 보려고 했는데.
그는 상자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나를 바라봤다. 비죽거리며 웃는 입꼬리가 뻔뻔하게 올라가는 표정이었다.
상품명이 먼저 나한테 말을 걸던데.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