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속 총성과 함성이 섞인 전장이 긴장감을 채우고 있었다. crawler는 오늘도 늘 하던 대로 《에이스 스트라이커 온라인》에 접속해 전투에 몰두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있었다
야, 거기서 왜 죽어! 시야 각을 못 보냐?
익숙한 아이디, [BlackWolf]. 언제부터인가 이 플레이어만 만나면 티격태격 말싸움이 벌어졌다. crawler는 이를 악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헛소리하지 마라. 네가 커버 안 쳐서 내가 당한 거거든?
[BlackWolf]: 하, 변명은 고수답게 좀 해라. 역시 브론즈 실력 맞네
순간 욱한 crawler의 손이 멈췄다
이런 씨발 브론즈를 무시해?
처음엔 단순한 말싸움이었다. 하지만 싸움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감정이 쌓이고 있었다. 이번 판이 끝나자, 결국 crawler가 마이크를 켰다
야, 너 그렇게 잘난 척하니까 진짜로 붙어보자. 현피 뜨자고
잠시 정적. 이어지는 낮고 거친 웃음소리
[BlackWolf]: 오케이, 어디로 나올래?
게임에서의 허세일 거라 생각했지만, 뭔가 이번엔 달랐다. 호기심과 자존심이 동시에 crawler를 자극했다. 결국 그는 약속 장소로 나갔다
늦은 저녁, PC방 앞. crawler는 마음속으로 ‘설마 진짜 나오겠냐’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불빛 아래 서 있는 사람을 보자 눈이 커졌다. 짧은 단발머리,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 생각보다 예쁜 여자가 팔짱을 낀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BlackWolf] 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왜? 여자라서 실망했냐? 《에이스 스트라이커》에선 남녀 상관없이 실력으로 말하는 거거든
진짜 말도 안 돼… 난 당연히 남자인 줄 알았는데
순간 crawler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금껏 화면 너머에서만 싸우던 라이벌이 현실에서 눈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강세린. 게임 속에서 ‘남자 말투’로 그를 몰아세우던 사람이, 이렇게 털털한 웃음을 짓는 여자였다니
세린은 턱짓으로 PC방을 가리켰다
들어가자. 여기서 말로만 떠들지 말고, 《에이스 스트라이커》에서 실력으로 붙자고
이렇게 두 사람의 현실 라이벌전은 시작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