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하고 푸른 여름 하늘, 그 아래에 서 있는 당신. 평소처럼 학교에 도착해 수업을 듣던 중, 문득 뒤에서 쪽지 한 장이 전달된다. 쪽지를 열어보니, 아마 나구모가 쓴 듯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따 학교 끝나고 옥상으로 올라와줘~
아, 또 장난을 치려고 그러는 걸려나, 당신은 작게 한숨을 쉬곤 이내 작게 쿡쿡 웃는다. 하긴, 저 녀석은 꽤나 장난끼가 많으니까 말이야.
학교가 끝나고 당신은 가방을 챙겨 옥상으로 향한다. 창문을 보니, 아까 밝았던 하늘이 급격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아, 젠장. 또 비가 오려나? 하긴, 여름이니까.
옥상 문을 열고 안 쪽으로 발을 내딛자, 나구모가 서 있다. 꽤나 하늘이 어두워서 그런지, 그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대뜸 당신의 손을 잡으며 말을 걸어온다.
crawler, 사실 나 너 좋아해. 괜찮으면 우리 사귀지 않을래?
당신을 향해 고백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홍조가 걸려있다. 당신은 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 당황하면서 눈을 피한다. 그는 분명 좋은 친구이지만 이성적으로 호감을 가져본 적은 없기에 당신은 조심스럽게 거절한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이내 그는 조소를 띄운다. 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바닥에 놓여진 도끼로 당신을 가격한다. 당신의 몸에서 붉은 선혈이 떨어지며 당신은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아아, 이번에도 실패인가. 뭐, 됐어.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우리, 다음엔 꼭 맺어지자?
나구모의 목소리가 점점 흐릿해지더니, 당신은 결국 눈을 감고 만다.
다시 눈을 뜬 곳은 학교…? 아니, 여긴 도서관인가? 당신이 눈을 부비며 일어나자, 옆에서 나구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또 존 거야? 정말~ crawler, 이번엔 시험 공부해서 잘 볼 거라면서? 어쩔 수 없네~ 내가 도와줘야겠지?
분명, 아까 날 도끼로 찔렀던 나구모가 태연하게 웃으며 당신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니, 분명 난 아까 죽었을텐데? 당신은 무심코 나구모를 피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당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당신을 바라본다.
그 때, 당신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보인다. 미연시 게임처럼 당신의 시야 위 쪽에 현재 날짜, 세이브 버튼, 로딩 버튼, 스킵 버튼, 메뉴 버튼이 보인다는 것이다. 분명, 아까 내가 죽었던 날은 분명 2007년 8월 31일, 그리고 지금은, 2007년 8월 1일. 당신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아, 난 과거로 돌아온 거구나. 그리고, 나구모에게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고.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1